분류 전체보기 1115

Greta Gerwig

프란시스 하 에서부터 주목해 왔던 감독, 같은 나이여서일까? 그녀가 읽어낸 작은 아씨들의 현대적 각색이 너무 공감되었다. 한번 본 영화를 다시보는 일은 매우 드물지만, 조만간 시간이 나면 다시한번 보고 싶다. 조의 대사들이 머릿속에 맴돈다. 아마 90년대 버전의 작은 아씨들도 10대였던 나에겐 재미있는 영화였지만, 최근 생각하고 있는 배제된 예술가, 여성작가 이야기, 낸시 프레이저의 여전히 진행중인 논의와 맞물려 이야깃거리가 너무 많은 영화였다. 조가 자신을 밝히지 못하고 출판사를 찾아가 평가를 기다리는 모습 솔직한 평가에 욱하며 화내는 모습 조가 자기 주인공을 결혼시키는 조건으로 출판사에 돈을 더 달라고 하는 모습 그리고, 이 대사, 여자들도 마음뿐 아니라 생각이 있고, 영혼도 있고 아름다움 뿐만 아니..

가난이냐, 지루한 삶이냐...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제리 살츠가 했던 강연의 내용을 정리한 중앙일보의 기사. 제목이 좀 극단적이지만,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의 창작자 버전은 바로 이 선택이 아닐까 싶다. 아트스쿨을 중퇴하고 자신의 재능에 대해 실망해 트럭운전을 하다가 40대에 예술비평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제리살츠의 이력이 그의 이런 말들을 공허하지 않게 해준다. 최근 내가 느꼈던 무기력함들이 동기부여의 문제나 열정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결국 내가 가난을 두려워하는데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이분법으로 선택항을 나누는 것은 다소 극단적이겠지만, 현실에서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가난하지 않은 창작자의 삶을 산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 가난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에서 이런 고민들이 시작된 것 같다. 제리 살츠의 지침을 마음에..

속좁은 일상_2 2019.11.28

마르셸 뒤샹 상 2019/ 20191025

최근에 보았던 수많은 전시감상평을 쓰려고 했는데,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한국어로 긴 호흡의 글을 써 본지 너무 오래되어서. 달라진 언어환경에 적응하느라 글을 쓰는 근육들이 모두 사라졌다. 오후에 잠깐 시간을 내어 퐁피두에 들렀다. 마르셸 뒤샹 2019년 수상 전시를 보기위해서다. 팔레 드 도쿄에서 열리는 젊은 프랑스 작가전과 결을 같이 하고 있는데, 두 공간을 훑으니, 동시대 작가들의 문제의식과 다양한 매체를 한눈에 단기 속성으로 벼락치기 한 기분이다. 올해 마르셸 뒤샹상 수상자는 에릭 보들레르다. 시네아스트로 더 먼저 알려진 그의 이번 작업은 친절하고 대중적이게 느껴졌다. 생드니의 중학생들에게 카메라를 맡기고 그들이 찍은 영상들을 편집해 2시간 가량의 작품을 만들었다. 그 안에 있는 프랑스 사..

나사로, 친구, 부활

이 말씀에서 늘 주목되었던 부분은 후반부의 '부활' 파트였는데, 오늘의 말씀에서는 초반부 예수님과 나사로의 죽음을 알리는 이들의 대화였다. '주께서 사랑하시는 이가 죽게되었나이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자도 아플 수 있다는 말. 지금 겪고 있는 혼란이 마치 뭔가 단추를 잘못 꿴것 같은 친구의 삶에서 벗어난 것 같은 느낌에 불안했던 몇주. 예수님이 사랑하시는 친구가 아프다는 말에 대한 예수님의 응대 최근 내가 느끼고 있는 아픔과 고통에 대한 예수님의 응답같아 보였던 나사로의 부활.

갸우뚱 묵상 2019.04.09

일상의 골목을 걸어보기

루벤에 갈 때마다 늘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집에 머물러 있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걸어서, 버스를 타고 대중교통으로 적극적으로 골목을 직접 밟을 수 밖에 없었다. 이미 한 서너번은 왔던것 같은데,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더 다이나믹하고, 젊은 대학생들이 많고, 선남선녀/미남미녀가 많은 동네였다. 맛있는 커피가 있는 카페 문화가 잘 되어 있고,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엄청나게 많고, 사람들의 표정은 파리에 비해 뭉툭하고 거칠지만 아이와 함께 다니는 이들에겐 관대했다. 대부분의 유럽도시가 그렇듯. 그래서 이번에도 이레효과를 좀 누린듯. 새로운 생명이 탄생했다는 기쁨과 경이로움과 함께 노동과 일상의 피로는 덤으로 온다. 그것을 이미 경험한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두 태도가 있겠지. 꼰대처럼 교훈세례를 퍼부으며..

속좁은 일상_2 2019.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