來生이라는 주인공의 이름으로부터 우리는 이미 이 소설의 결말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흔하디 흔한 소재가 날렵한 글쟁이의 칼날에 요리되면 이렇게 단숨에 읽히는 재밌는 글로 변할 수 있음을 김언수는 유감없이 보여준다. 어쩌면 이 소설은 현대인이 관심없을지도 모르는 시궁창 같은 삶, 그러나 일상의 모든 부분을 잠식하고 있는 더러움과 추함, 욕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한자와 같이 깔끔한 양복을 입고, 엄청난 지적 허영을 만족시킬 수 있는 너구리 영감의 고서가에 앉아 손가락만 까딱하면 완성되는 선혈 낭자한 살인이 우리 삶의 이면에 늘 함께 한다. 설계자들의 강점은 무엇보다 킬러라는 단순한 소재를 설계자, 트래커, 표적,사수 등의 다층적인 구조를 지닌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주었다는 것이다. 사연없는 인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