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 425

[설계자들]

來生이라는 주인공의 이름으로부터 우리는 이미 이 소설의 결말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흔하디 흔한 소재가 날렵한 글쟁이의 칼날에 요리되면 이렇게 단숨에 읽히는 재밌는 글로 변할 수 있음을 김언수는 유감없이 보여준다. 어쩌면 이 소설은 현대인이 관심없을지도 모르는 시궁창 같은 삶, 그러나 일상의 모든 부분을 잠식하고 있는 더러움과 추함, 욕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한자와 같이 깔끔한 양복을 입고, 엄청난 지적 허영을 만족시킬 수 있는 너구리 영감의 고서가에 앉아 손가락만 까딱하면 완성되는 선혈 낭자한 살인이 우리 삶의 이면에 늘 함께 한다. 설계자들의 강점은 무엇보다 킬러라는 단순한 소재를 설계자, 트래커, 표적,사수 등의 다층적인 구조를 지닌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주었다는 것이다. 사연없는 인물이 ..

[옥희의 영화]

옥희가 만들어내는 알레고리, 또라이 독립영화 감독이 된 이선균의 발견 뼛속까지 녹아든 문성근의 캐릭터 옥희와 송교수 진구가 폭설 후 강의실에서 선문답같은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 영화는 왜 만들어야 하죠? 성욕을 어떻게 이겨내세요? 꼭 행복해야 하나요? ... -사랑은 꼭 해야 하는 건가요? -사랑을 하지 않으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봐. 그럼 그 순간 니가 무언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될 거야. 소품같은 영화에서 오히려 홍상수의 과잉적이지 않은 생각들이 잘 드러났다. 산낙지는 이제그만 토해내고. 아차산에 잔치국수나 먹으러가자.

[엉클분미]

이 세계는 하나의 커다란 원을 그리며 서로가 서로의 꼬리를 물고 커졌다 줄어들었다 반짝였다 어두워졌다 어쩌면 그는 원숭이유령이기도하고, 죽은 아내이기도하고, 추한 몰골을 가진 공주이기도하고, 잉어이기도하고, 그 모든 것은 깊은 숲속 어딘가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아주 쫄쫄 흐르는 그 물에서 시작된 것이리라.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서 얼굴을 맞대고 울기도하고 웃기도하고 두려워하기도하고 서로의 몸속으로 빨려들어가기도한다. 기억, 꿈, 환생, 신비로움, 자연의 야만, 죽음, 동양이라는 판타지가 서양인들에겐 아직 창조의 즐거움을 불러일으키는 미개척지일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곧 누군가의 무분별한 학살로 소멸될 것이다. 분미 아저씨는 그때 어떤 얼굴로 우리앞에 나타날까.

엉클 분미-무엇이 아니고 어떻게

‘엉클 분미’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 “영화적 혁신? 어려운 게 아니다”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이하 CinDi)를 비롯해 공식 일정이 상당히 빠듯하다. 지난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후 무엇이 바뀌었나? 원래 워커홀릭이다. 일하는 걸 참 좋아한다. 5월에 수상한 이후에는 일종의 적응 기간이었던 것 같다. 올해 말까지 외국 매체들을 계속 만나야 하거든. 그래도 황금종려상 수상이 두 가지 면에서 흥미로운 상황을 만들어줬다.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내 작업에 대한 피드백을 계속 받을 수 있다는 점. 근데 마음은 조급한 거지. ‘아, 난 일해야 하는데’라며 초조해 하고 있다.(웃음) 태국에 있는 집과 개들도 너무 그립다. 고작 사흘 정도 집에 머물렀다. 외국으로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라 개들을 제..

away we go

객관적으로 더 훌륭해보이고 안락해보이는 사람들을 곁눈질하다가 결국 그게 나의 삶은 아님을 깨닫고 그안에도 감당해야 할 아픔이 있음을 깨닫고. 자신만의 삶의 방법을 찾아가는 이런류의 영화를 보면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낀다. 그들의 떠남과 돌아옴이 이해되는, 그리고 가장 새로운 곳인 Home에 정착한다. 이 영화의 극적 반전은... 알고보니 그들에겐 엄청 멋진 집이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 휴우~

구월바람과 아델

아델의 목소리는 참 시원시원하다. 지금은 멀리있는 친구로부터 예전에 받았던 엽서에 한점에서 모이는 넓게 뚫긴 포장도로가 그려져있었다. 그 한점에는 스탈린을 떠오르게 하는 별이 그려있던것 같다. 그 친구는 엽서에 나오는 그림을 보니, 아델의 노래가 생각난다고 썼다. 난 아델을 들으면서 에드워드 루샤의 작업들을 떠올렸더랬다. 그러고보니 엽서의 그림은 에드워드 루샤의 작업과 비슷했다. 어쨌든, 요즘 다시 아델을 듣고있다. 시원한 구월바람에 얼굴을 내밀면 이 음악이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