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der-stage 32

[응시] 권진규의 삶과 예술에 관한 연극

권진규의 삶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응시]라는 연극을 보았다. 작년 초 덕수궁 미술관에서 인상적으로 보았던 그의 작품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게 했고, 권진규의 작품세계와 캐릭터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연극이었다. 꽤 집중을 필요로하는 추상적이고 은유적인 대사들이 많았는데, 연륜있는 배우들의 연기로 몰입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무대 연출, 그중에서도 무대 영상이었다. 권진규의 필체나 작품들을 프로젝터로 무대 뒷벽 전체를 사용하여 나레이션과 함께 흐르게 하였는데, (흐른다는 표현이 적절하게 느껴진다.) 극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사진으로 보았던 권진규의 아뜰리에를 재현한 무대의 분위기도 통일감있었다. 그를 비운의 조각가라고 부른다고하는데, 그의 비운은 외부적..

[노인과 바다]

상상마당에서 보여준 연극. 오랜만에 풋풋하고 지하냄새나는 소극장 공연을 보았다. 앵콜로 오픈런공연을 하게 되었다는 말에 기대도 했고, 흥미있게봤고 약간의 실망도했다. 1. 일단 고전을 재해석한다는 것은 커다란 심적 부담을 준다. 특히나 모든 사람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세계명작 베스트인 는 문학적 여운이 주는 감동을 그려내기 쉽지않다. 게다가 비슷한 소재를 다룬 모비딕의 경우는 등장인물이 꽤 입체적이고 장면 전환이 많은 반면, 노인과 바다는 그 깊이를 담아내기 위한 사건과 대사가 입체적이지 않다. 이 작품이 안고 가야만 하는 리스크는 여기서 기인한다. 2. 그럼에도 김진만 연출자는 새로운 형식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견해냄으로써, 이런 위험요소를 어느 정도 상쇄한 것 같다. 먼저 형식적 파격의 첫번째는 2..

[EXTRAS_홍성민] 교차로

만나기도하고 떠나기도 하고 교차되기도하고 때론 멀어지기도하고! 20명 남짓한 배우들이 무대를 누빈다. 어떤 이들은 무대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한다. 자신의 출현시간이 되지 않은 이들은 무대 뒷편에 나란히 준비된 의자에 앉자 자신의 역할을 준비한다. 물을 마시기도하고, 옷을 갈아입기도하고. 자신이 무대에 등장해야할 시간을 재기도 하면서. 홍성민의 는 말그대로 엑스트라들의 무대이다. 각각 20개의 연극에서 단역을 맡고 있는 배우들이 한무대에 모였다. 자신들의 극에서 사용하는 의상과 대사를 그대로 가져온채. 서로 다른 시대와 상황과 인물을 연기하고있다. 치밀하게 계획되었다고 하기에는 툭툭 끊어지고, 연출되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너무 자연스럽다. 어쩌면 수학적인 치밀함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 많은 배역들..

winterreise

흔히 '겨울나그네'라고 하지만 원제 'Winterreise'는 영어의 winter journey이며 우리말로 '겨울 여행' 또는 '겨울 나그네길'이 옳다. (program 설명 책자 중에서) 음, 겨울 나그네보다 겨울 나그네 길이 더 좋군. 5년 전 쯤만해도 짧은 시견에 입각한 나의 클래식 취향은 바흐를 넘어서지 못했다. 물론 무엇무엇 무엇을 경유한 바흐가 아닌 그냥 생뚱맞게도 바흐. 말이다. 최근 좋아하게 된 이는 슈베르트인데 특히 조금 쓸쓸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가곡이나 실내악을 낙소스에서 즐겨듣곤한다. 난 음악을 틀어놓고 무언가를 하지 못하는 성미여서 무언가 거슬리는 기교가 들어간 음악은 거북하다. 미션없이 한번에 주욱 들으니 24개의 장면이 떠올랐다. 슈베르트가 서른즈음에 작곡한 곡이라는데, '서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