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der-stage 32

Daniel Linehan - Montage for Three & Not About Everything

#1.셋을 위한 몽타주 portrait/탄생/젊음/부고/기억과 망각 등의 섹션으로 사진사의 유명한 작품들을 맥락에서 떼어내어 그대로 따라해보는 작업. 셋은 관객과 사진과 배우? 사진을 찍은 이와, 사진을 따라하고 있는 배우와, 이를 바라보는 관객이 만들어내는 신선한 공기. 그리고 웃음. 끝이 좀 아쉬웠지만, 배우들의 숙련이 그대로 느껴지는 작업. (사진과 결합한 작업의 익숙함 혹은 새로움) #2. 이것이 다가 아니다. -spinning 해석과 비평의 모든 요소들을 하나하나 말하며 그것이 아니라고 부정한다. 대상을 떠올리게 하며 그것들을 부정하는 과정이 마그리트의 그림 그리고 푸코의 진술과 닮아있었다. 그가 내뱉는 단어들의 분절성말이다. 해석할 수 있는 모든 언어를 이미 그는 에상하고 모든 것을 not으로..

[노부인의 방문 Der Besuch Der alten dame]

이건 마치 도그빌 같다. 갑부가 된 여인이 폐허가 된 자신의 고향에 돌아온다. 극도의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던 시민들은 그녀가 고향을 구원해주리라는 희망에 들떠있다. 여인은 천억을 기부할 것을 약속한다. 단, 조건은 그녀를 배신한 옛 애인을 시체로 넘겨달라는 것. 처음엔 완강히 거부했던 시민들의 삶은 조금씩 달라진다. 연출자 이수인에 따르면 이 연극은 두가지에 초점 맞추었다고 한다. 굳이 왜 이 여인은 그 막대한 돈을 주면서까지 남자의 죽음을 원하는 것일까? 손쉬운 청부살인을 마다하고 굳이 왜 시민들로 하여금 죽이게 만드는 것일까? 물론 연극을 보았다고 대답하거나, 보지 않았다고 대답못할 질문은 아니다. 문제는 뒤렌마트가 인간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복수심과 원한을 얼마나 집요하게 드러내고 있는가와 자..

[영화음악 ∞ 음악영화 @ LIG아트홀]

#1. 리스트 | 영화_홍상수 | 음악_정용진 홍상수 영화의 장르화를 비웃기라도 하듯, 홍상수 영화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 짧은 영화 안에서도 홍상수는 자신의 인물들을 유감없이 주조해내고, 더불어 유쾌한 내러티브까지 선사한다. 흥미롭다. 그리고 음악. 영화 상영후 엔딩크레딧으로 엔딩하지 않고, 마치 줄줄이 이어지는 크레딧의 다음 줄처럼, 정용진의 심플한 피아노연주와 임윤규의 기타선율이 흐른다. 과하지 않다. #2. 그 날 | 영화_박찬경 | 음악_이태원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김금화 만신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의 일부인 은 소재에 대한 거부감에서 벗어나는데 오래걸리지 않을만큼 완성도 있는 미장센과 색감을 보여준다. 눈을 뗄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박찬경이었다. 박찬욱의 동생이자 JIFF에서 호평을 받은..

하녀들 @ 두산아트센터

장 주네의 하녀들을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공연으로 감상했다. 신체극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을 만큼 몸에 대한 실험적인 극이 꽤 흥미롭게, 여기저기서 상연되고 있다. 전문가적 식견이 없는 나로서는 이 극이 신체극으로서 갖는 특별한 성취를 판단할만하지는 못하지만, 역시 가장 다이나믹한 표현은 인간의 몸으로부터 온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장농과 거울이라는 소재가 갖는 상징성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여주인과 하녀들 간의 욕망이 얽히고 섥혀있는 공간으로 옷장과 거울을 택했다. 빨갛고 화려한 드레스의 여주인이나 검고 단조로운 복장의 하녀들이나 옷을 벗으면 매한가지. 뭉뚱하게 튀어나온 엉덩이와 배, 흉측하게 과장된 가슴을 가진 여자일 뿐이다. 70분동안 긴장을 늦출 수 없도록 대사가 쉬지않고 오고가며 끊임없이 서로를 ..

보이체크

시공간이 불분명한 회색도시. 조지오웰의 소설 같기도하고, 찰리채플린의 영화같기도했다. 인간과 기계가 구분되지 않는 사회에 대한 공허한 외침 쯤 되겠다. 보이체크는 완두콩 실험의 대상이자, 마리를 사랑하는 평범한 일용직 노동자이자, 약간은 소심하고 전전긍긍하며 두려움 많은 소시민이다. 새삼스럽지도 않게 박사, 대학교수(지식인층)와 군인(권력계층)의 조합이 보이체크를 점점 비정상인으로 만들어간다. 중간 중간에 이상한 생물체를 소개하는 서커스가 펼쳐지는데, 이 장면에 달하면 짐승과 인간의 구분까지도 모호하게 만들어버린다. 일종의 [광기의 역사]를 극으로 재구성한 것같아 보였다. 뷔히너는 이 극을 완성하지 못하고 요절했다고 하는데, 아마 그 미완성의 희곡이 오히려 극을 더 풍성하게 재해석할 여지를 주었던 듯하다..

[들리는 빛-장영규 프로젝트]

영화의 내러티브 그리고 거대자본과 클래식이라는 내러티브에 획일화 되어있던 음악의 테두리를 지우고 소리와 감정의 집합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느낌을 가장 전위적으로 보여준다. 흥미롭다. 강남역이 침수된 날, 그 비를 뚫고 갈 만 했다. 그리고 백현진. 오광록과 박해일, 제주도의 푸르고 하얗고 고요한 기운을 담아, 계속될지 모르는 농담을 받아들이자. ⓒLIG 아트홀

[백년, 바람의 동료들] 바람따라, 사람따라~~

사카 이카이노에 위치한 '바람따라, 사람따라'라는 술집을 배경으로 재일교포들의 삶을 다루고있는 음악극을 보았다. 라는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익숙한 주제일텐데, 경계인으로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들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를 보고나서도 꽤 오랫동안 가슴이 헛헛했었는데... 이 큰 줄기를 중심으로 6.25, 제주 4.3사건, 대학생들의 민주화운동, 고베지진 등을 아우르는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각 인물들의 개인사를 중심으로 다룬다. 파란만장한 역사를 간직한 이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민족적 트라우마나 슬픈 가족사를 이겨나가고 있다. 모든 인물들의 스토리를 다 보여주려 하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진 느낌인데, 어찌 이들의 마음의 한을 두세시간으로 담아낼 수 있으랴 싶었다. 두시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