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der-stage

[노인과 바다]

유산균발효중 2011. 4. 20. 01:10

상상마당에서 보여준 연극.
오랜만에 풋풋하고 지하냄새나는 소극장 공연을 보았다.
앵콜로 오픈런공연을 하게 되었다는 말에 기대도 했고, 흥미있게봤고 약간의 실망도했다.

1. 일단 고전을 재해석한다는 것은 커다란 심적 부담을 준다. 
특히나 모든 사람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세계명작 베스트인 <노인과 바다>는 문학적 여운이 주는 감동을 그려내기 쉽지않다.
게다가 비슷한 소재를 다룬 모비딕의 경우는 등장인물이 꽤 입체적이고 장면 전환이 많은 반면,
노인과 바다는 그 깊이를 담아내기 위한 사건과 대사가 입체적이지 않다.
이 작품이 안고 가야만 하는 리스크는 여기서 기인한다.

2. 그럼에도 김진만 연출자는 새로운 형식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견해냄으로써, 이런 위험요소를 어느 정도 상쇄한 것 같다.
먼저 형식적 파격의 첫번째는 2인극의 도입이다.
아무리 주인공이 한명인 극이라도 배경이나 소품의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라도 등장하지 않으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 극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젊은 연극제에서 극찬을 받은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게다가 관객들을 의식하는 것을 넘어서서 극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끌어들인다.
이 점은 기발하지만 한편으로는 극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는. 난 후자에 속한다. 배우가 나에게 말을 걸었을때 얼어버렸다. 이 장면을 지켜보는 다른 관객들은 순간 극에서 쑥 빠져나와 버린다.)
하지만, 배우의 연기가 출중했기에 형식상의 난점을 재빨리 극복하고 극에서 떠나지 못하도록 붙잡아 둔다. 


3. 헤밍웨이가 쓰고 싶던 인간의 숭고한 노동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투.
거대한 자연과 나약한 인간의 만남.
그리고 그가 왜 청년이 아닌 노인일 수밖에 없는지.
조금 더 정교하고 많은 설명이 필요했었다. 



4.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다에서 잡은 그 커다란 고기.
그 고기와 노인의 사투를 그려내는 과정이었다. 
상어떼의 습격을 당해 선혈이 낭자하는 '그 놈'을 그려내는 방식도.


결국에는 노인의 삶에 묵념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반짝이는 별 아래 바다의 어두움에도.












 

'예술의 상상 > under-stag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필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때  (0) 2011.06.15
[응시] 권진규의 삶과 예술에 관한 연극  (0) 2011.05.15
[EXTRAS_홍성민] 교차로  (0) 2011.04.13
festival Bo:m 2011  (0) 2011.04.04
winterreise  (0) 2010.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