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der-stage

[EXTRAS_홍성민] 교차로

유산균발효중 2011. 4. 13. 01:18



만나기도하고 떠나기도 하고 교차되기도하고 때론 멀어지기도하고!

20명 남짓한 배우들이 무대를 누빈다. 어떤 이들은 무대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한다. 자신의 출현시간이 되지 않은 이들은 무대 뒷편에 나란히 준비된 의자에 앉자 자신의 역할을 준비한다. 물을 마시기도하고, 옷을 갈아입기도하고. 자신이 무대에 등장해야할 시간을 재기도 하면서.

홍성민의 <엑스트라스>는 말그대로 엑스트라들의 무대이다. 
각각 20개의 연극에서 단역을 맡고 있는 배우들이 한무대에 모였다. 자신들의 극에서 사용하는 의상과 대사를 그대로 가져온채.
서로 다른 시대와 상황과 인물을 연기하고있다.

치밀하게 계획되었다고 하기에는 툭툭 끊어지고, 
연출되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너무 자연스럽다. 
어쩌면 수학적인 치밀함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 많은 배역들을 적재적소에 등장시키기위한 시간계산도.


전혀 다른 맥락에서 벌어지는 대화, 아니 대사가 때론 상대를 만나 의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어디에 나온 배역이었을지 궁금해지기도하고, 은근히 몰입이되기도 한다. 
연출자는 관객의 마음을 꿰뚫었는지 climax에 가서는 이들이 나온 극의 절정 장면을 보여준다. 
물론 그 절정의 장면에서 이들이 하는 역할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혹은 아예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극이 아니면 전혀 주목하지 않았을 캐릭터들이 살아난다. 

마지막 결말에 가서는 BGM과 조명이 겹치며 이들의 역할을 소개해준다. 
한명 한명 롱핀으로 쏟아지는 조명을 받으며 비장한 표정으로 인사하고, 또 다시 자신의 역할에 몰입한다. 
겹쳐지고 또 겹쳐져서 부딪히기도하고 하나의 이야기와 웃음을 자아내는 조금은 촌스러운 대학로 연극의 인물들이 참 가깝게 느껴진다. 

누군들 주연이 되고 싶지야 않겠는가? 여기 출연한 배우들만해도 저마다 연기하는 폭과 깊이가 달라보인다. 
어떤이들은 한 극에서 3-4가지 역할을 소화해낸다. 
전방위에 올려진 엑스트라의 삶
이들은 엑스트라가 아니라 주인공임을 밝힘으로써 무대는 끝난다. 
여운이 남는다. 


오후의 여유로운 햇살만큼이나 넉넉한 박수를 치고 싶은 공연이다. 






@백성희장민호극장. 페스티벌 봄.





대학로 극장들에선 보통 저녁시간에 수많은 연극들이 공연된다. 홍성민은 현재 실제 공연중인 대학로 연극의 단역 배우들을 한 자리에 모아 낮 공연을 만든다. 10여명의 단역 배우들은 자신들이 출연하는 저녁 공연의 역할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재현함으로써, 대학로 연극의 아카이브이자 유형학을 구축한다. 

EXTRAS 는 공연에 대한 공연 즉, 메타 공연이자 일종의 목록화(아카이빙) 프로젝트 이다. 2011년 4월 현재 공연중인 대학로 극장의 각 장르들의 퍼포머 20명을 동시에 무대위에 올림으로서 목록화 한다. 대학로-연극-연기자 들의 유형은 유형학적 다큐멘테이션의 층위를 드러내는 동시에 20종류의 스토리텔링을 창발한다. [홍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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