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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the earth_Mraz

넘 샤방샤방 해서 별로 자주 듣지는 않았던 그의 노래를, 어느 인터뷰를 보고나서부터 다시 정독하듯 듣게 되었다. 이 사람 노래가 왜 이렇게 착하고 밝은지 그 인터뷰를 통해 좀 이해하게 되었고, 이런 바른 청년의 사상에 동조하는 맘으로 가끔 집안일을 할때 그의 노래를 틀어두고 흥얼거린다. 그의 새 앨범중에 맘에 드는 가사. Whenever my head starts to hurt Before it goes from bad to feeling worse I turn off my phone I get down low And put my hands in the dirt I try to stop the world from moving so fast Try to get a grip on where I'm at AN..

예술의 상상 2015.01.02

시편 42편의 기도

주일에는 원래 큐티를 잘 하지 않는데, 오늘은 참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 오늘이 아니라, 지난 며칠, 아니면 지난 몇주.아마 이렇게 은혜없는 성탄을 보낸 것도 참 오랜만인것 같다. 정신이 산만하고 분주하며, 뭔가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난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아마도 자신의 열정을 믿음과 등치시키고 싶어하는 이들에겐 당연한 그 일들이 나에게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으니 이를 어쩌겠는가. 그런 의미없는 열심에 동참하고 싶지 않다. 그냥 욕을 먹는게 낫다는게 나의 입장이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나는 매우 시니컬하게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은 방법이 아니라 내용에 있다고. 열심히 하고 싶다고 하며 으쌰으쌰를 해서 주도 면밀하게 일을 진행하는 것은 모래위에 쌓은 성일 뿐이라고...

갸우뚱 묵상 2014.12.28

Fondation Louis Vuitton

거대한 조각 혹은 레고모형 안에 들어온 기분이다. 설계부터 완공까지 12년이라는 시간이 이런 작품으로 탄생했다. 프랑크 게리의 모든 특성이 압축되어 있다. 하지만 전혀 예상할 수는 없다. 지도를 손에 쥐고 있지만, 미로를 헤매는 것 같았다. 그의 '작품'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자 동시에 찬양의 대상인것 같다. 여기로 치면 '명절' 한 중간의 아주 추운 토요일인데도 줄을 길게 선 사람들로 3,40분 남짓 기다려야했다. 건물 앞의 루이뷔똥 로고가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이 정도의 건물을 만들었으니 눈감아 주기로한다. 한쪽에서 보면 마치 거대한 배와 같고, (실제 프랑크 게리의 설계과정을 전시해 놓은 곳에 보면, 돛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한 쪽에서 보면 뭔가 애벌레같기도하다.도저히 한..

보르비콩트의 노엘

성에는 정말 취미도 흥미도 없는 우리가, 노엘 시즌 특별개장에다가 셔틀도 다닌다고 하니 뭐가 있을까 하여 쫄래쫄래 구경가본다. 보르비콩트는 작지만 예쁘기로 유명한 곳이어서 한번 가봐야지 했었다. 게다가 이 성의 겨울컨셉은 노엘 장식이었다네. 아마도 이게 없었으면 좀 심심했을 공간들을 잘 이용했다. 정원을 설계한 이는 르 노트르라는 베르사유의 정원 설계사 가문이며, 데카르트의 기하학과 지형의 높낮이와 물의 흐름을 모두 고려한 아름다운 정원이 유명하다. 실제로 정원의 한 지점에 서면 물에 성의 모습이 모두 거울처럼 비치는데,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계산된 설계 때문이다. 고전적인 성의 각방에 놓인 서로 다른 장식의 성탄 트리는 심심한 공간을 전혀 다른 스펙타클의 공간으로 꾸며놓았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 트리하면..

도시의 인상 2014.12.27

노엘

한국으로 치면 설이나 추석같은 가장 큰 가족명절인 크리스마스엔 파리가 조용하다. 명절을 준비하기위해 12월부터 파리의 모든 상점들은 선물사는 사람들로 들썩들썩한다. 장난감 가게나 백화점에 가면 확실히 크리스마스를 느낄 수 있다. 고향집에서 성탄을 보내는 친구의 일정에 맞춰 울집에 모였다. 막상 특별한 공감대가 있는 것은 아니나, 자주 모이고 함께 먹는게 중요한 것 같다.우리집 테이블 한가득, 컵들.. 싸랑하는 꼬마 아가씨들과도 만나고! 성탄 예배후엔 방돔에 갔다. 방돔에 트리를 보기 위해서 ㅎㅎㅎ

속좁은 일상_2 2014.12.26

구직, 임응식, 1953

몇년 전 덕수궁 미술관에서 본 적이 있는 임응식의 사진들을 다시 찾아보아야 할 일이 생겼다. 전시의 메인 이미지로 쓰였던 이 사진. 분명 그가 하려는 일은 구직일텐데, 옷차림이나 몸짓이 전혀 구직과 상관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이 주인공. 손을 주머니에 꾹 찔러넣고, 벽에 짝다리로 기댄채, 모자까지 쓰고 있다. 사람들이 다니는 큰 길에서 몸을 돌려, 그와 세계를 반으로 가른 벽에 의지한 채. 50-60년대부터 슬슬 시작되는 도시의 활기에 맞춰, 미도파 미장원도 보이고, 사업상 만난듯 잘 차려입은 두 남자의 악수하는 모습으로 작가가 마련해놓은 사선을 따라 눈이 머문다.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 도시의 한 중간 동네에 도착했다. 이쯤되면 그는 자신이 걸고 나온 구직이라는 글자가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느껴졌을지도 모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