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우뚱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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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발효중 2014. 2. 14. 03:06

요즘, "하나님이라는 내용(contenu)을 담고 다니는 그릇(contenant)으로서의 인간"이라는 주제에 대해 '영성'과 관련해 생각해보고있다. 

깨끗한 그릇이어야 하나님을 담을 수 있다는 말이, 종교적인 정결예식을 거친다는 의미가 아님은 명백하고.

그렇다면 그릇으로서, 컨테이너로서의 인간이 그 내용을 담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무엇인가. 

그가 자신이 이용되도록 담아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그것을 향해야 함이다. 이러한 조건은 자칫 추상적여보일 수 있다. 뭐 인생의 방향성 같은 매우 장기적인 용어로 대체될 수 있는. 그러나 하나님을 향한 추구는 매우 일상적인 것이며,자질구레하며 동시에 쉽지는 않은 것이다. 내가 담으려는 그 내용물을 찾기까지 그것과 비슷한 수많은 매력적인 대체품들이 주위에 널려있을 것이며, 마침내 그 내용물을, 찾았을 때에는 그의 주위에 엉겨붙은 수많은 먼지를 먼저 떨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발견한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혹시 이 그릇에 맞지 않으면 어쩌나, 그릇이 깨지기라도 하면 어쩌나하는 자기보호본능이 고개를 쳐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그릇을 닦고 더 멋지게 바꿔보고자 시간을 보내느라 내용물을 넣는 것을 잊어버리고야 만다. 그러나 우리가 그릇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무엇인가, 내용에의 향함이다. 내용으로의 지향성이다. 그래서 그릇을 가꾸고 멋지게 빛내는 사이에, 내용물을 썩고 부패하여 공기 속으로 사라져버릴게다. 

나의 영성이 내용이 아닌 그릇에 있음을 발견한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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