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시즌1

소말리아와 해적

유산균발효중 2011. 2. 18. 01:16
'소말리아'하면 배가 불뚝하게 솓아오른 눈망울이 젖은 아이들이 배고프고 힘든 표정으로 보는 이를 응시하는 캠페인 광고가 떠오른다. 몇십년간 절대적 빈곤국으로 분류되어 가난과 기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소말리아. 

최근 소말리아의 해적들이 한국의 원양어선을 납치하여, 선장이 총에 맞고 의식불명이 되고 뭐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는 소말리아 해적들을 소탕하는일에 국제적인 도움을 요청하여 이 일을 이슈화 시킴으로써, 이 기회를 틈타 이상한 안건 몇개를 슥슥 통과시키고 무리한 애국심을 조장시키는데 전력을 기울이는 듯 보인다. 
(석선장의 중환자실 문 위에 걸려있는 대한민국 해군이 어쩌고저쩌고 는 정말 코메디였다.)

설 연휴에 그 뉴스를 접하면서는 석 선장의 쾌유를 비는 소식으로 도배된 것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 이상은 아니었는데, 오늘 르디플로를 읽으며 소말리아에 관한 정보를 조금 더 얻게 되었다.

언뜻 해적과 소말리아는 어울리지않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렇다면 소말리아에서 활동하는 해적들의 출신 성분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따. 


소말리아의 위치는 아프리카로 향하는 군사적 요충지이다. 따라서 1차 세계대전때 미국과 소련이 이 곳에 열심히 무기를 쏟아부어 군사 작전을 펼치기 위한 전략적 기점으로 이용하였다. 이때 대거 유입된 무기는 이후에 소말리아 내전은 물론, 해적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1991년 군벌이 대통령을 밀어내고 무정부 상태의 혼란이 일어났을때, 유엔 평화 유지군은 소말리아의 무장투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개입했다. 블랙호크다운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 사건은 당연 유엔평화유지군의 대 실패로 끝났다. 이유는 미국과 소련이 주었던 무기가 군벌의 완전무장에 상당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1995년 유엔이 완전히 철수하게 되고, 소말리아의 국내 상황은 더욱 불안해졌다. 소말리아의 기아와 굶주림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런 불안한 정치적 상황에서 기인한다. 

소말리아의 경제적 수입원은 주로 인근 해안에서 일어나는 어업이다.
영세 어업이 생존 수단이었던 소말리아에 외국어선들의 자유로운 침입이 유엔을 통해 허가된다. 
따라서 외국의 원양어선들이 와서 잡아가는 물고기들로 인해 자국 주민들은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될 뿐 만 아니라 국가적인 수입원도 상실하게 된다. 뿐 만 아니라 소말리아 인근 해안은 서구 폐기물을 불법투기하는 쓰레기장으로 변모하였고, 이러한 불법 폐기물로 인해 악성 피부병이나 질병이 끊이지 않게된다. 
이로 인해 해상권력을 지키기 위한 해적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해적들은 소말리아에서 꽤 엘리트이거나 부유한 층에 속한다. 이들은 한국의 원양어선과 같이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외국 어선들을 협박하거나 때론 납치하여 소말리아해안에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이들을 무장시킨게 누구인가? 
소말리아의 해역을 장악하고, 쓰레기장으로 만든건 누구인가? 
이제 좀 명확하게 보인다. 


문제는 이를 해석하는 대한민국의 시선이다.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우리편은 늘 착하고 선하며 이겨야 하기 때문에
일단 석선장은 영웅이 되었다. (물론 석선장이 위기 상황에서 보여준 대처능력과 희생정신은 탁월한 듯 보인다.)

민족이란 집단성과 승리의 쾌감이라는 감성을 자극하여 
문제의 원인을 살피는 길을 원천봉쇄하고 아무런 판단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이 상황.
어디서 시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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