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시즌1

노동과 대가

유산균발효중 2011. 2. 8. 17:25
최고은의 죽음에 대해서 세상은 불공평하다거나 문화예술계의 뿌리깊은 관행에 대해 비판하는 논점의 글들이 가득하다. 이렇게 부유한 시대에 전도유망한 시나리오작가가 굶어죽는다는 것이 말이 되냐는 것이다. 그녀의 죽음에 관한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들을 읽으며,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감히 말하건대, 최근 내가 겪는 고민도 사실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녀의 죽음이 단지 문화 예술계라는 엘리트적 사회집단의 책임이라고만 치부하기엔 너무 책임회피가 아닌가 싶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이 있거나, 기술이 없다면 자신의 잠재력을 증명할 수 있는 학벌 따위의 자격이 있어야 한다. 최고은의 경우 이 두가지의 조건을 모두 갖춘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기술이 자본을 극대화할 수 없다는 이유로 (즉, input과 putput혹은 손익분기점과 관련하여) 무가치하게 여겨졌던 것이다. 비단 그녀의 경우 뿐이겠는가. 인문대에서 일년에 한명씩 자살하는 강사들이라던가 연극 영화계에서 비관자살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어보았다.

결국 노동에서 참 기쁨과 소명을 느끼기 보다는 노동이 담보로 하는 재화와 결과가 모든 과정을 정당화 해주는 이 상황, 이것이 한국에서 지금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끊임없이 우울함을 안겨주는 요소인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재화의 축적에 실패한 이들은 그들의 과정에 대해 어떠한 사회적 정당성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노동(정신적)을 사회적 가치 창출(자본)을 위해 기여해야 하는 이들에게 누가 정당한 보상을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얼마전 읽었던 아탈리의 글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아탈리의 이상적인 대안이었던 창조적인 노동이 어떻게 가능한가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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