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가미 나오코의 매니아는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녀의 모든 영화를 보았다.
영화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야 워낙 유명하기도하고, 워낙 그녀의 공식에 차곡차곡 잘 맞춰져 있어 따분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기가미 영화는 모타이 마사코라는 브랜드같은 배우로 인해 시작되고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독의 세계관을 가장 잘 대변하는 상징적 인물의 역할로 모든 영화에서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무표정하고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뚱한 표정으로
배경에 꼴라쥬로 덧입혀진 것 처럼 보이는 할머니는 이들 가족에게 타자 혹은 외부인 같아보이지만, 알고보면 내부인(서구인)들의 갈등을 잠재우며 화합시키는 인물로 등장한다.
영어도 하지 못하는 할머니가 화장실에서 나오며 내쉬는 깊은 한숨을 이해하는 과정은 이들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과 맞물리며 수수께끼 같은 할머니의 정체가 밝혀지게 된다. 레이에겐 만두로 모리에게는 낡은 재봉틀로 리사에게는 맨손기타ㅋ로 다가온 할머니. 한줌의 흙이 되어 토일렛으로 돌아가는 그녀는 일종의 '실재The Real '로 작용한다.
오기가미는 알고보면 대단한 애국자이거나, 대단한 코스모폴리탄적 시민일 것이다.
어쨌든 똑똑한 영화, 똑똑한 감독. 똑똑한 테크놀로지의 소유자 일본인.
토일렛을 보고나서 진짜로 쓰고 싶었던 이야기는 문화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오기가미 같은 비주류 영화감독이 얼마나 주류적 역할을 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그녀의 이력을 보니 영화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시공간이 이해되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길 수 없는 일본, 동양적 사상의 뿌리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토일렛에서는 참으로 명민하고 재치있게 자신의 뿌리를 거부감없이 잘 전달하고 있다.
모든 서양인들이 반하는 일본식 소울푸드인 교자, 일본의 비데 설치 변기.
갓차맨에 이어서 프라모델 로봇은 일본이란 나라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것 뿐 아니라 그 문화를 향유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든다. 홍대 앞에 이어 서울대입구에도 카모메 식당이 생긴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special thanks to에 TOTO가 나오는 순간 관객들은 박장대소하였지만, 그녀의 혐의가 더욱 명확해지는 순간이었다.
뭐 이런저런 이면기류를 떠나서,
큭큭한 웃음이 나오는 영화. 삶을 리프레쉬하게 만드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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