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beyond-letter

[Why I Write 중에서] 오웰의 글쓰기 지침

유산균발효중 2010. 12. 15. 15:35


'언어와 문장의 오염'이라는 화두는 비단 한국에서만은 아닌가보다. 오웰의 글은 무거운 주제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쉽고 명확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이 책에서 오웰은 「정치와 영어」(1946)라는 글을 통해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로서, 글을 쓸 때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을 서술하고 있다.
오웰이 글의 서두에서 들고 있는 예들은 웃음을 띠게 하는데, 공부를 하면서 내가 대하는 거의 대부분의 논문들이 가진 오류를 포함하고 있는 예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쓴 글들도 마찬가지임을 부인할 수 없다. ㅠㅠ

"글 쓰는 사람이 뜻하는 바가 있으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표현다지 못하거나, 뜻하지 않게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자기가 하는 말의 뜻이 통하든 말든 거의 개의치 않는 것이다. 이렇게 뜻이 모호하고 표현력 자체가 떨어지는 것이 오늘날 영어 산문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며, 정치적인 글은 거의 예외 없이 더욱 그렇다.어떤 주제가 제기되자마자 구체적인 게 추상적인 것으로 돌변해버리며, 진부하지 않은 표현은 아무도 생각해낼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달리 말해 뜻을 전달하기 위해 선택하는 '단어'는 점점 줄어들고, 조립식 닭장의 부품처럼 이어붙이는 '어구'는 늘어나는 식으로 산문이 이루어진다."(『나는 왜 쓰는가』, 한겨레출판, 2010, p.259)


오웰은 현대 영어에서 늘어나고 있는 언어의 오염현상, 글의 목적을 알 수 없도록 만들어버리는 문장과 어구의 사용을 지적한다. 이를 피하기 위한 오웰의 지침은 나의 글쓰기 습관을 돌아보는 데에도 매우 유용하다. 

"세심한 필자라면 쓰는 문장 하나하나마다 적어도 다음의 네 가지 질문을 할 것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가? 어떤 단어를 써서 그것을 표현할 것인가? 어떤 이미지나 숙어를 쓰면 뜻이 더 분명해지는가? 이 이미지는 효과를 낼 만큼 참신한가? 그리고 스스로에게 두 가지를 더 질문할 것이다. 문장을 좀더 짧게 쓸 수는 없는가? 꼴사나운 부분 중에 고칠 수 있는 데는 없는가? 하지만 그런 수고를 굳이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마음을 활짝 열어 이미 만들어진 어구들이 마구 밀려들도록 놓아두기만 하면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269)

언어와 생각 사이의 관계는 서로를 타락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의미가 단어를 택하도록 해야지 그 반대가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산문의 경우, 단어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단어에 굴복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대상에 대해 생각할 경우 먼저 단어로 표현하지 말고 생각부터 해보자. 그런 다음 머릿속에 그려본 것을 묘사하고 싶다면, 거기에 맞을 듯한 정확한 단어를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추상적인 무언가를 생각할 경우엔 애초부터 단어를 선택하는 쪽에 끌리기가 더 쉽다.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기존의 표현법이 마구 밀려들어 대신 작업을 해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의미가 흐려지거나, 심지어 바뀌어 버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니 가능한 한 단어 사용을 미루고서 심상이나 감각을 이용하여 전하고자 하는 뜻을 최대한 분명하게 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지 싶다. ...
직관이 통하지 않을 때는 기댈 만한 원칙이 필요하다. "

1. 익히 봐왔던 비유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2. 짧은 단어를 쓸 수 있을 때는 절대 긴 단어를 쓰지 않는다.
3. 빼도 지장이 없는 단어가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뺀다.
4. 능동태를 쓸 수 있는데도 수동태를 쓰는 경우는 절대 없도록 한다.
5. 외래어나 과학용어나 전문용어는 그에 대응하는 일상어가 있다면 절대 쓰지 않는다.
6. 너무 황당한 표현을 하게 되느니 이상의 원칙을 깬다. (275)

요즘 내 생각을 정확히 표현한다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지나치게 타인을 설득하려 한다거나, 타인과의 소통가능성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하지 않으면서 무례하지 않게 나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가야 함을 깨닫게된다.
오웰의 글을 읽으며 원칙을 가지고 정리하면서 내 생각도 더 명확하게 표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