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beyond-letter

[중단없는 기도]

유산균발효중 2010. 12. 9. 02:24

[중단없는 기도, 로버트 벤슨, IVP, 2010] 영성의 보화 시리즈

성무일도Daily office라는 전통 교회의 기도형식에 대해 저자의 묵상과 기록을 담은 책이다. 한마디로 하루 중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형식을 갖추어 하나님께 드리는 규칙적인 기도를 말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유식한 말과 전문용어를 피하면서 이 전통적인 기도를 접하지 못했거나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성무일도의 묘미를 맛보게 하고싶다'는 것이 저자의 의도이다. 

'전통'이나 '의례'라는 말이 지닌 알 수 없는 딱딱함과 엄숙함, 갑갑함은 형식을 넘어서고 싶은 새로운 시도들을 만들었다. 오늘날의 예배에서는 이렇게 틀을 깬 예배 형식이 오히려 더 복잡해지고 있지만 말이다. 

저자의 의도처럼 물 흐르듯이 쓰여진 이 책은 특별한 정보를 전달하지는 않지만, 
기도의 주체가 누구인지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는 미덕을 보여준다. 
형식에 대한 거부가 우선되지 않고, 그 중심의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이 많다. IVP영성의 보화 시리즈는 이런 의미에서 기대된다. 


책에서 옮겨온 부분들---

(p.61) 당신을 위해서 예배의식이 있는게 아니고 하나님을 위해서 있는 겁니다. 주일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님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멋진 공연을 해드리는 일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언제나 했던 그대로 우리도 하고 있는 것이지요, 당신이 예배를 통해서 뭔가를 얻게 된다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얻지 못해도 좋은 일이지요. 어차피 예배는 당신을 위한게 아니니까요.


(p.62) 하나님과의 더 깊고 지속적이며 친밀한 삶을 갈망하는 마음은 종종 모순처럼 보이는 일들마저 포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신앙생활을 잘 하겠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기도든지 예배든지, 아니면 그저 일상의 삶이든지 어느정도 역설적인 면을 허용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은 우리 안에 존재하시지만 또한 우리 없이도 존재하신다. 예수님은 오래전에 하늘로 올라가셨지만 지금도 우리와 함께 계신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미 이 땅에 이루어졌지만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구원을 받았지만 그래도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런 사실들이 하나님을 믿는 신앙생활의 역설적인 면이다.

(p.70) 예배를 드리면서 개인적으로 감동을 받지 못하면 예배로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우리는 은연중에 그런 착각 속에 빠져있다. 감정적으로 뭔가를 느낄 수 없고 아무런 감동도 없는 예배는 영적인 예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례는 사람이 하는 일이지 하나님의 요술지팡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p.84) 성무일도를 포용할 수 없게 하는 장애 요인 중에는 과거의 것에 대한 무지와 두려움이 있다. 우리는 가톨릭 교회에 너무 근접한 것이면 무엇이든 꺼린다. 성무일도가 혹시라도 우리를 빗나가게 하는 것은 아닌지, 형식에 매인 그런기도가 생명력 없는 죽은 기도는 아닌지 걱정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렇게 배워왔으니까.

(p.89) 예술가는 평범함과 황홀함, 그 둘 사이 어딘가의 삶을 산다고 한다. 사실 우리도 그렇게 살아간다. 아니, 적어도 그렇다고 믿는다. 성무일도를 하는 사람들은 일상과 거룩함, 그 중간을 살아간다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