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beyond-letter

[로빈슨크루소,아후벨그림]아무것도 쓰지 않고 모든것을 말해주는

유산균발효중 2010. 7. 15. 12:35

로빈슨 크루소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비판을 차치하고,

이 책은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인간이 자연 앞에서 야생의 삶에서 어떻게 삶을 영위하고 살아남는지 바라보라고 요구한다.

 

아후벨이라는 작가는 단지 이야기를 보조하는 일러스트가 아닌 한장한장에 심혈을 기울이며, 각 장만으로도 독립적인 작품이라고 이야기 할 만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가느다란 실같은 흑백의 선에서 시작한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는 그가 긴항해를 마치고 아내가 기다리는 집에 들어올 때까지 흑백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그는 바다와 항해를 꿈꾸는 사람이었다. 꿈에서도 그의 바다는 형형색색의 물결과 오색창연한 파도로 뒤덮인다. 그리하여 다시 배에 몸을 싣고 떠난다.

 

정말로 해적처럼 무서운. 야수파의 그림이 연상되는 대담한 선으로 그는 파도와 바다의 적들을 그려낸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극도의 긴장된 상황에서는 꽉찬 선과 어두운 색으로,

위기를 모면한 순간에는 여백과 단순하고 부드러운 색으로 칠한다.

아후벨은 진정 로빈슨 크루소가 된다.

그가 도착한 무인도야말로 놀라움과 호기심, 환상으로 가득차 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대로 무인도에서의 생활을 어찌어찌 보내고,

다시 배를 타고 나오게 된다.

역시 이 완결부는 처음과 같은 실선으로 묘사된다.

사실 이 소설은 어린이를 위한 책은 아니다. 또한 아후벨의 그림도 민감하고 감식안이 있는 독자에게는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아후벨은 쿠바인으로서, 상당히 암시적인 이미지들을 과감하게 배치하고있다. 쿠바의 시사 주간지에서 풍자 삽화가로 일한 경험이 자연스레 이런 소재의 소설을 그린 것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항해와 방랑, 생존의 투쟁, 꿈과 절망. 인생의 이 모든 것을 아후벨은 그림으로 풀어내는데 성공한 듯하다.

책꽂이에 꽂아두고 소장하고 싶은 책을 한권 만났다.

한줄의 글도 쓰지 않고 있지만,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모든 것으로 설명해 낼 수 있는 책이다.

한마디 말도 필요없다. 일단 한장만 펼쳐도 로빈슨크루소의 환상적인 여정을 맛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