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beyond-letter

[유쾌한 하녀 마리사] 유쾌한 이야기꾼 천명관

유산균발효중 2010. 7. 9. 15:38
 

천명관에게 가장 어울리는 수식어는 아무래도 이야기 '꾼'인 것 같다.

'꾼'이라는 말은 세련된 프로페셔널이기보다는 뭉툭하지만 매니악스러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그의 입지를 잘 보여준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의 한문장 한문장을 유쾌하게 웃으며 따라가다가보면

어느순간

'아, 웃을 대목이 아니었구나!'를 외치게 될것이다.

이런요소들은 각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이어져서 전혀'해피'하지 않은 상황으로 막을 내린다. 사태를 진정시키고자 노력하지만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드는 상황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역시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갖추고있다.

[프랭크와 나] ,[13홀]..

[二十歲]는 감히 김승옥의 [내가훔친여름]의 단편버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탄탄한 작가의 역량을 잘보여준다.

 

적당한 냉소와 유머는 감상적으로 빠지지 않으면서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틈을 마련해준다. 개인적인 리스트에 올려둔 천명관의 최근 장편 <고령화 가족>을 기대할 수 있게 해준 책이다.

단편이라고 하기엔 긴 중편정도의 글도 몇개 있다. 단편의 호흡으로 읽기에는 좀 길게 느껴지거나 연작 소설로 묶거나 소재를 발전시켜 장편으로 써도 될 만한 이야기들이 눈에 띤다.

 

 

덧, 요즘 소설집들은 몇페이지 짜리 서너개의 단편을 싣고 책값만 올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책은 착한 가격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