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에게 가장 어울리는 수식어는 아무래도 이야기 '꾼'인 것 같다.
'꾼'이라는 말은 세련된 프로페셔널이기보다는 뭉툭하지만 매니악스러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그의 입지를 잘 보여준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의 한문장 한문장을 유쾌하게 웃으며 따라가다가보면
어느순간
'아, 웃을 대목이 아니었구나!'를 외치게 될것이다.
이런요소들은 각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이어져서 전혀'해피'하지 않은 상황으로 막을 내린다. 사태를 진정시키고자 노력하지만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드는 상황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역시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갖추고있다.
[프랭크와 나] ,[13홀]..
[二十歲]는 감히 김승옥의 [내가훔친여름]의 단편버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탄탄한 작가의 역량을 잘보여준다.
적당한 냉소와 유머는 감상적으로 빠지지 않으면서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틈을 마련해준다. 개인적인 리스트에 올려둔 천명관의 최근 장편 <고령화 가족>을 기대할 수 있게 해준 책이다.
단편이라고 하기엔 긴 중편정도의 글도 몇개 있다. 단편의 호흡으로 읽기에는 좀 길게 느껴지거나 연작 소설로 묶거나 소재를 발전시켜 장편으로 써도 될 만한 이야기들이 눈에 띤다.
덧, 요즘 소설집들은 몇페이지 짜리 서너개의 단편을 싣고 책값만 올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책은 착한 가격이라 할 수 있다.
'예술의 상상 > beyond-lett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령화가족]가족-그 진부하고도 새로운 만남 (0) | 2010.07.16 |
---|---|
[로빈슨크루소,아후벨그림]아무것도 쓰지 않고 모든것을 말해주는 (0) | 2010.07.15 |
원근법 (0) | 2010.07.06 |
[재와 빨강] 낯설 것 없는 일상의 디스토피아 (0) | 2010.07.02 |
[악기들의 도서관] 불협화음의 교향곡 (0) | 2010.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