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beyond-letter

[악기들의 도서관] 불협화음의 교향곡

유산균발효중 2010. 6. 28. 01:43

김중혁

 

 

김중혁의 작품들은 발표할 때마다 평균이상의 반응을 얻는 듯한데,

 

 최근 작들은 이 책에서처럼 일종의 수수함이 잘 베어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이 책은 단연 김중혁의 베스트다. (그래서 난 빠른 시간 내에 유명해진 작가들의 경우, 초기작을 선호하는 편이다.)

 

소설보다 먼저 김중혁이 쓴 한겨레의 칼럼을 읽고 사실 좀 실망했었더랬다.  

소설가는 소설로 말해야 한다는게 일반적인 편견을 깨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냥 평범한 그리 파격적일 것 없는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는 인상이다.  

 

 

어쨌든, 책으로 돌아가서.

각각의 단편은 독립적이면서도 음악, 악기라는 하나의 줄기를 타고 서로 다른 소리를 내지만 하나가 되는 교향곡처럼 혹은 CD의 트랙들처럼 연결되어 있다.

 

확실히 그의 글들은 군더더기 없고, 명쾌하며, 재치있다.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마치 불협화음을 내는 악기들처럼, 어딘가 한구석에 자신의 소리를 죽이며 살아가고 있다.

 엇박자 D라던가 무방향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버린 엄마, 면접을 준비하다가 면접관이 되고 결국에는 싫증을 느껴버린 두 청년, 희귀한 악기 소리를 녹음하여 도서관을 만들어 버리거나, DJ로 성공하고 싶었지만 어딘가 존재하는 검은 레코드 창고에 갇혀버린 인물들은 악보대로 정확히 연주해야 하는 음악에 싫증이난 연주자들처럼.

예정에 없던 소리를 내며 청중의 주의를 기울이게 만든다.

재밌게도 그들이 내는 불협화음이 정확하게 연주하는 곡보다 흥미진진하다.

한편으로는 쓸쓸하기도 하다.

 

그 쓸쓸함의 근원을 따라가 보면, 거기에는 다수가 이해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갸야하는 (자의든, 타의든) 인물들의 외로움이 존재한다. 모두들 똑같이 평범하게 움직이는 어딘가에서 새삼 낯설고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경험하는 비일상을 누리는 설렘 혹은 당혹감을 이들을 통해 잠깐이나마 느껴볼 수 있다.

 

무난하게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

박민규식의 마이너와 또 다른 매니악한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면에서 인물들에게 공감하긴 그리 쉽지 않다는 생각도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