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frame

아르토가 바라본 고흐

유산균발효중 2014. 7. 7. 22:46



고흐의 회화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글로 평가된 아르토의 글은  1947년 오랑주리에서 열린 반 고흐 전을 보고 쓴 아르토의 일종의 감상문이다. 정신병원에 9년동안 수감되어 있던 아르토는 정신병자로 '취급 받은 자'들로서의 교감을 이 글을 통해 드러낸다. 고흐를 정신병자로 낙인 찍은 '정상인'들이 고흐를 자살의 길로 이끌었다는 아르토의 주장은 자신의 삶에 대한 변호이기도하다.  그리하여 아르토에게 고흐는 사회에 의해 자살하게 된 사람이 된다.  

오르세에서 어제까지 열렸던 전시의 제목 역시 아르토의 이 글의 제목을 따서 , Van Gogh Le Suicide De La Societe 이다. 대부분의 관객에게는 이 전시가 교과서에서만 보던 그러나 너무나 익숙한 고흐의 색을 직접 바라보고 고흐의 두께를 직접 느껴볼 수 있는 흥분과 기대에 부응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쳐서는 이 전시를 반 밖에 즐길 수 없다. 이 전시의 진정한 기획자는 아르토이며, 두 주인공 중 한명이기도하다. 

전시장에서 걸린 고흐의 그림들 앞에서는 발 디딜 틈이 없다. 틈을 비집고 겨우겨우 지나가 눈을 맞출 수 있다. 반면에 중간중간 아르토의 자화상과 사진들 영상들이 펼쳐지는 구역은 상설전의 전시장보다 한가하다. 아마 우리에게 중요한 고흐에 비해, 아르토의 작품에서는 경탄을 자아낼 만한 아름다움이나 공감보다는 기괴함은 물론 추하고 노골적인 작가의  자화상을 발견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기획은 아르토의 그 호감안가는 작품들을 고흐와의 연장선에서 보려는 기획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초현실주의와 부조리극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아르토를 고흐 전시의 전면에 내세운 이 기획에서 우리는 고흐의 작업을 그의 개인적 병력과 기이한 행적, 그리고 예술가의 자살이라는 아우라와 떨어뜨려 볼 기회를 갖게된다.  

아르토는 고흐의 작업을 '천재이나 정신병자였던 예술가'로 내러티화 하지 말것을 당부한다.  즉 그의 작품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거나 그의 삶과 정신적 불안함이 이런 색으로 표현되었네, 저런 필체로 표현되었네 하는 식의 심리적 접근을 배제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냥 그가 그린 대상과 그가 바라보고 있는 세계에 주목해보자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예술이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하는 것이다.  자신의 작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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