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서편제

유산균발효중 2013. 7. 2. 08:57

서편제? 왠 신파? 지난 며칠간의 우리의 노동을 생각하며 나름 긴대화를 통해 붙인 소제목이랄까.

나는 글을 믿지않는다. 글만큼이나 거짓말을 할 수 있는게 또 어디있단 말인가! 그럴듯한 미사여구와 글'발'이 가져오는 아우라는 어쩌면 그것을 만들어낸 인격과는 아무상관 없을지도 모른다. (아마 신은 이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순결하고도 무오한 자신의 말을 한계와 결점 투성이인 인간 저자들에게 맡겼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런 이유로, 그분 자신인 로고스를 그분의 방법대로 흩뜨리는 것일게다.너희가 어떠하든지 난 나야! 뭐 이런거?)

글을 잘쓰는 수많은 이들, 그 들 중에 또 대다수가 가진 한계. 마치 강단의 설교자가 가진 한계와 비슷하게도 그들에게는 삶이 없다. 일상이 없다. 그들이 쓰는 글과 말에 눈물 쏙 빠지게 위로받다가도 어느 한 순간 깊이를 알 수 없는 배신감에 젖어들기마련이다. 한국에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갈 수 없는 많은 이들을 두고 고국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목회자들이나, 금액한도가 없는 카드 여러장으로 유학생활을 하고 돌아와 알바하며 공부하는 학생들을 비웃는 교수의 모습과 비슷하다.  

일상없는 거룩함, 그 무엇도 살아내지 못한 채 생명력없는 말들만 토해내는 번지르르함, 거기에다가 각종 무용담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우리가 이름붙인 '서편제'적인 신파가 있는 것이다. 딸을 명창으로 만들기위해, '일부러' 눈을 멀게 해 '한'을 만들어 낸 아버지. 일차적, 표면적으로는 파렴치한이라 부를 수 있겠지만, 그런 생물학적인 혐오감을 떠나서, 그가 가진 아이디어만큼은 며칠동안 내가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다. 스티커를 뗏다 붙였다하며, 박스를 열었다 닫았다하며 엄청나게 쓸모없고 효율 떨어지는 노동을 하며 내가 느꼈던 '한'의 감정 말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진정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내 눈을 멀게한 그의 치밀한 작전이 있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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