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 바로 옆, 세느 강변에 위치한 이름 그대로 "브랑리 강변 미술관", (쓰고보니 정겨운 이름이구만) '케브랑리'는 자크시락 시절에 이곳 대통령들이 재임시절 굵직한 건축물 만들기 '전통'?에 따라 야심차게 기획되었단다. 문명과 예술이라는 꽤나 거창한 이름에 걸맞게 미술관 수준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문명의 박물관 같은 느낌이다. 이 많은 전시물들을 어떻게 모았을까 생각하니 약간 아찔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을 둘러싼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은 뭐 여전히 끊임없는 논쟁의 주제가 되고 있다고한다. 레비-스트로스 씨어터 이름도 차암 어울린다! 그런 논쟁은 여기서 다룰 내용과는 너무 멀리 있으며 너무 거대하니 차치하고,
자신의 컨텐츠가 아닌 남의 나라와 대륙의 여러 상징물과 유산들을 모아다가 삐까뻔쩍 내 놓은 이들에 대해 뭔가 찝찝함으로 시작했다가도, 이들이 펼쳐놓는 기획력과 구성력 그리고 완성도에는 늘 놀라고야 만다. 단지 시대별 대륙별 작품 나열이 아니라 동선에 따라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La Rivière(물결)를 따라 흘러가는 것 같다. 중간중간 작품 관람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내용을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영상 자료나 터치 스크린을 이용한 안내는 낯선 조각들의 용도와 사용처를 밝혀준다.
건축가 장누벨,조경가 질 클레망, 식물학자 파트릭 블랑의 조합이 만들어 낸 이 건축물은 단지 하나의 건물설계가 아니라 조경과 주위 환경을 완성해낸다. 이 조경이 보여주는 야생의 느낌은 이 미술관의 성격을 잘 반영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기계적인 삶에 지친 도시인들이 동경해 마지 않는 원시미술은, 그것이 어떠한 용도였든 그리 개의치 않으며 그것이 어떠한 중요성을 지닌가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알아듣지 못할 가사를 반복해서 읊조리는 노래가 성년식을 위한 것이든 풍년을 위한 것이든 아니면 마을의 수호신을 불러들이는 종교적인 의식이든 상관없다. 타자를 바라보는 유럽인들의 눈에는 이것이 귀엽고 신기하고 '예술적'으로 생겼을 뿐이니까.
그리고 5대양 6대주를 관람을 하고난, 예민하고 심약한 나는 어딘가 알지못하는 세계에서 살아가던 이들이 자신의 모든 종교성을 담아 만든 이 무기와 그릇과 수호신들을 거치며 그들의 기에 눌려 머리가 지끈지끈 했다. ㅎㅎㅎ
뭐 이런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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