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와서 생각하게되는 여러가지 이슈들 중, 우리의 대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단연 문화컨텐츠이다.
늘 없는 것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산업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이들의 유서깊고 잘 보존된 문화컨텐츠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별거 아닌 내용물에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여(?), 엄청난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알고보면 이들 고유의 아이디어나 유산이 아닌 것도 많다. 공장을 세우고 도시를 현대화하기 위해 구닥다리 마을과 보기싫은 옛 모습을 헐고, 기계를 닦아 조이고 기름칠하고 있을때, 얘네들은 구닥다리 무언가에 옷입히고 색칠하는 일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미 없어진 것을 만들어 낼 수 없겠지만, 지금 흔한 것 그래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고 보존하려 하지 않는 그런 예술들이 언젠가 우리의 역사를 쓰는데 중요한 컨텐츠가 될 텐데.하며 늘 그랬듯 생각만 해본다.
뭐 이런 비생산적인 푸념은 각설하고,
아마 중간에 europeen이 붙은 걸 보니, 유럽의 많은 뮤지엄이 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모양이다. 밤문화가 별로 없는 얘네들에게 이 행사가 이뤄지는 시간인 'Nuit'는 일상적이지 않은 시간일테다. 일년에 한번씩 토요일 저녁 시간에 파리의 미술관들을 무료로 개방한다. 올해는 5월 18일. 518-!시간은 미술관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오후 5시~6시에 시작해 새벽 1시정도까지 이어진다.
조금 서두르면 2-3군데를 들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몸과 다운된 정신을 일으켰다. 이곳에 와서 현대미술을 아직 둘러보지 못한 탓에 목적지는 파리현대 미술관, 그리고 서울에서 보았던 거대한 전시 때문에 돈내고 들어가기 꺼려졌던 룩상부르그 미술관. 재밌게도 키스해링과 샤갈 모두 한국에서 보았던 전시여서, 이곳에서는 어떨지 궁금했다.
서둘러갔던 현대미술관에서는 30분만에 들어가는데 성공. 이곳의 미술관은 우리와 달리 입장시에 관람객 수를 조절해서 들여보낸다. 티켓이 있으면 무조건 들어가서, 한 작품앞에 끙끙대며 붙어있어야 하는 우리와는 좀 다르다. 대신 입장 전까지 엄청난 인내심과 지루함을 이겨낼 친구가 필요하다. 뤽상부르그 미술관에서는 약 한시간정도 기다린듯.
이 행사는 단지 미술관 무료개방 만을 내용으로 하지 않고, 미술관 안에서 다양하 문화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예컨대, 중세박물관이나 역사박물관 등에서는 과거의 의상이나 풍습등을 재연하여 소개하기도 하고, 방문한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여러 이벤트가 있다 . 파리 현대미술관의 경우 미술관 한켠에 마련된 작은 공간에서 재즈공연이 있었고, 뤽상부르그에서는 몇몇 지점에서 샤갈과 관련된 낭독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림을 벽에 걸린 캔버스에만 가두지 않고 소리와 몸짓으로 해석해내며, 이들은 오늘도 자신들이 가진 컨텐츠를 잘 기름칠 하는 중이다. 언제든 또 다른 모양으로 둔갑시킬 태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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