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이 너무 강렬하고도 완결적이어서 별로 궁금하지 않았던 리히터라는 사람. 작품을 넘어선 그의 생각과 작업 방식을, 아르떼 tv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하고 있었다. 리히터의 작업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한 벽을 차지하는 캔버스를 여러색으로 여러겹 덧칠하고, 엄청난 물감을 덧입힌 스퀴즈로 긁어낸다.
안셀름 키퍼 식의 두꺼운 표현주의이건, 리히터 식의 추상 혹은 구상 혹은 사진이건, 우리에게 다가오는 충격의 크기는 비슷하다. 아무리 리히터가 회화의 역사나 회화의 진실성에 대해 회의를 품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동안 내가 보았던 작품 그 자체라는 반쪽의 진실 뒤에 숨겨진,
내가 본 여든살 노장의 작업 모습은 공사판에서 시멘트를 나르는 검고 땀에 찌든 육체같았다. 마치 바닥 가득히 캔버스를 펼쳐두고 맘대로 물감을 흩뿌려대던 잭슨 폴록과 가장 먼 곳에 서있는 자 같았다.
내가 좋아하던 바더마인호프 그룹과 가족의 일상을 담은 회색의 작업들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었던 추상들이 왜 한작가의 작품인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그렇게 한겹한겹을 덧칠하고 긁어내며,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영혼과 육체를 사용한 후에, 아주아주 쿨하게,
"이건 아주 재미난 일이네!"하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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