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이라는 식상한 수식어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이번 전시는 그의 시대별 대표작들이 모두 포진해있어, 한국의 관객에게 그를 소개하기에 더 없이 좋은 구성이라 할 수 있다.
어제 Sting in Berlin을 보며 마담 문에게 스팅이 불가지론 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더랬는데, 아마 오늘 본 아니쉬 카푸어도 불가지론자일 것 같다. 직접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다분히 종교적이고 명상적인 작품들 하며, 어떤 영적 경지를 추구하는 그의 철학과도 상통하는 것 같다. 그에게 있어 신은 거대한 영적인 무언가이자, 보고 듣고 만질 수는 없지만 질료로서 존재하는 것일게다. 그래서 그의 작업들은 무언가를 반영하지만 규정하지 않고, 계속 들여다보게 만들며 의심하도록 권고한다.
질료에 대한 그의 관심은 전시장에 있는 몇 안되는 작품들이 저마다의 재료를 모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모래를 뿌린 듯한 형형색색의 이 작품에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논쟁에서 큰 주제였던 질료설을 떠올렸다.
(내 기억에 아마 이 세분들은 인디아나 존스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Void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함몰된 공간과 돌출, 공간의 깊이 혹은 높이는 작품 앞을 떠나지 못하도록 만들면서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이것은 벽에 판 구멍일 뿐이야,벽을 돌출시킨 것일 뿐이야'라고 말하지 못하게 하면서..
그리고 내가 별로 선호하지 않는 소재인 스테인레스스틸을 이용한 야외 조각들은 오히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업들이었다. 장소와 공간을 반영하는 작업들!
특히 Tall Tree and The Eye 라는 제목의 2009년작, 이 작업은 나에게 베스트였다. 시점과 공간에 대한 실험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세한 작품론은 또 다른 곳에..)
오랜만에 추상을 보았더니 마음이 정화된 듯.
Anish Kapoor_@Le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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