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frame

웅크림

유산균발효중 2010. 2. 1. 17:35

권진규의 전시장은 음산하다.

그러나 작품은 음산하지 않다. 오히려 성스럽다.

마치 이집트의 흉상이나 그리스 신화를 재현한 듯한 인물들의 얼굴은,

동네 아낙들의 이름, 고유명사로 한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다.

가장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여인네들을 가장 이상적인 비율로 그려넣었다.

 

권진규는 마두 시리즈로 매우 유명해졌다.

쉽게 마모되거나 균열이 일어나지 않는 석조나 테라코타로 강하고 투박하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사람의 흉상과 더불어 시간에대해 초월적이다.

 

이렇게 거대하고 웅장한 작품들 틈에서

오히려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웅크린 여자'

한 주먹도 안되는 크기에, 무심코 지나쳤으면 보이지도 않았을법한.

작가의 오만함에 조금은 지루해졌을 무렵 발견한 '웅크린 여자'

(다행인지 불행인지 작품 이미지를 찾을 수 없다.)

 

어쩌면 그렇게 커다란 모든 두상의 속에는

저만한 크기의 사리가 들어있으리라.

불에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사리.

 

 

-덕수궁미술관, 권진규 전 관람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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