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para-screen

treeless mountain, 2009

유산균발효중 2009. 9. 22. 13:44

산에 나무가 한 그루도 없다면, 우리는 그것을 산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산에 나무가 없다면, 산은 비바람에 곧 무너져내리고 말 것이다.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시간, 누군가를 보호해야 하는 시간

을 잘 보낸 사람들만이 가진 여유가 있다.  

 

영화는 불우한 환경에서 꿋꿋하게 자라나는 이들에 대한 근거없는 동정과 안타까움을  배제한다.

 

 

얼굴에 난 점이 보일 정도로 클로즈업을 한 카메라는 작은 표정 변화도 놓치지 않는다.

지금 자기에게 닥친 상황을 빨리 파악해야하고, 거기에 맞추어 의젓한 태도를 취해야하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듯, 그러나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진

대사라고는 누군가를 부르거나, '나 이거 먹어도 되요?' 뿐이지만 희노애락을 모두 담은 표정을 가진. 빈.

 

그래서 도무지 예쁘게는 보이지 않는 두 아이.

 

 

 

상황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이들의 옷이다.

더이상 갈 수 없는 한신 초등학교의 체육복. 너무 현란하고 금방더러워져버리는 공주옷.

이들이 있는 시간과 장소를 너무 이질적으로 만들어주는 이들의 옷.

 

 

나무가 없더라도 산은 그 자리에 존재한다. 그 모양 만으로도 우리는 그것이 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덧,

반가운 장소. 흥해시장과 흥해초등학교. 흥해 뒷골목 길.

언젠가 내가 존재했던 장소.

 

 

덧2.

할머니가 진이를 부르는 장면.머뭇거리는 진의 모습. 가장 인상적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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