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para-screen

모험가와 탐험가

유산균발효중 2009. 8. 13. 16:57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은 모든 사람의 환상과 애착을 자극한다.

물론 나도 그렇다. 아니 내가 그런 것을 꿈꾸는 줄 알고 살았다.

기회와 여건이 된다면 언제든 훌훌 털고 보헤미안처럼 방랑하는 자유로운 삶을 말이다.

하지만.

 

나는

책상 위에 책과 연필이 아닌 잡동사니가 올려져 있는 것이 싫고,

씻지 않은 손으로 누군가와 악수를 하게 되는 상황이 싫고,

지하철에서 누군가와 몸이 맞닿는게 싫고(그래서 때론 옆에 다리를 쩍벌리고 의기 양양하게 앉아있는 대한민국 아저씨들에게 한마디 하기도하고)

주전부리를 좋아하지만 손에 묻는 과자는 고르지않고

치킨을 먹을 때 손으로 먹는게 정말 싫고,

입었던 옷과 한번도 안입은 옷이 겹쳐져 걸리는 것이 싫고

가방을 아무데나 내려놓는 것이 싫어 늘 꼭 품고있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애완동물을 포함한 각종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등등이 싫다.

여러모로 (엄마의 표현을 빌려)깔끔을 떨어댄다. -물론 매우 주관적인 영역에서이겠지만.

 

 

요즘부쩍 삶의 급격한 변화와 예상치 못한 선택의 제약이 발생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시기인 것 같다. 이제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는 더더욱 내 자신을 책임지고 돌봐야할 영역이 많아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어떤 선택을 하든 상황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하는 편이어서 추진력있게 그리고 빡세게 뭔가를 성취하는 편이다. 그만큼 목적이 없다고 생각되면 불안하고 초조하다. 한편, 뚤뭇은 그렇지 않은데, 뚤뭇은 커다란 목적을 세우는 것보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는 고생스런(내 입장에서ㅋㅋㅋ) 여행과 노동을 즐기며 내가 싫어하는 저것들에 대해서 무심하고 둔감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나는 모험가는 될 수 있지만, 그리고 지금도 충분하게 모험가이지만,

탐험가는 될 수 없을 것 같다. 모험이 다분히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일이라면, 탐험은 전적으로 현실적이고 몸에 의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험 [冒險] [명사]위험을 무릅쓰고 어떠한 일을 함. 또는 그 일.
탐험 [探險] [명사]위험을 무릅쓰고 어떤 곳을 찾아가서 살펴보고 조사함.

 

 

자유로운 영혼인 척 하지만, 매우 깐깐하고 고생하기 싫어하고 사람들에 대해 관대하지 못한 내가 탐험가가 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고 자신있게 삶으로 증명할 날이 올까.

때론 야구를 하다 말고 길가에 핀 꽃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삼천포의 삶을 살 수 있을까.

두고 볼 일이다.

칼 프레드릭슨 아저씨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