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느낌의 여백이 풍성하고 여운이 긴 애니메이션,
실뱅쇼메 감독이 자크타티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프랑스의 찰리채플린이라 불리는 자크타티는 역시 찰리채플린과 마찬가지로 유머와 위트를 잃지는 않지만
동시에 삶의 어두운면들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매우 따뜻하지만 동시에 매우 쓸쓸하다.
기계식의 3D애니메이션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가를 중요시하는 것에 비해,
재밌게도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은 움직이지만 배경의 인물들은 정지된 장면이 종종 연출되곤 한다.
인물들이 물이 흐르듯이 역동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편안한 색과 세밀한 드로잉으로 오히려 더 풍성하게 느껴진다.
특히 거리의 장면이나 풍경, 비오는 거리 등을 그려낼 때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리고 토끼의 표정...
젊은 밴드와 화려한 배우들에게 무대를 넘겨주고 쓸쓸한 관중석을 대면하게 된 마법사 할아버지.
스코틀랜드의 선술집에서 일하던 소녀 앨리스만은 그의 마술을 진짜라 믿는다.
밤을 샌 육체노동으로 번 동전 몇 푼들을 모아 신데렐라를 꿈꾸는 앨리스를 아름답게 변신시켜주지만
막상 그 자신은 변화무쌍한 시대에 잘 적응하지도 못할뿐 아니라 일하러 가는 곳마다 쫓겨나기 일쑤이다.
앨리스는 점점 신발과 옷, 악세서리를 통해 누구보다 세련된 도시여성이 되어가고
더 이상 일루젼을 만들어내기 힘든 그.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바람과 안개 속으로 스윽 떠난다.
스토리라인은 평범하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는 한컷한컷이 아름답다.
아름다운만큼 쓸쓸하다.
여백있는 거장다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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