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유산균발효중 2016. 4. 28. 06:57

1. 몇 주전만해도 듬성듬성하게 봉오리들만 보였고, 요란법석을 떨며 가족사진을 찍을 때도 아직 가지 곳곳에 꽃들이 덜 피어 있었는데...꽃이 지기전에 자주 봐 두어야지 싶었다. 며칠째 비왔다 해떴다 오락가락하는 파리의 변덕스런 봄 날씨 덕에 만개하다못해 꽃잎이 비처럼 떨어져있다. 한국의 각종 벚꽃길, 봄꽃 축제에 비하면 '달랑? 한그루?'라는 말이 나올지 모르지만, 이 한그루 만으로도 봄의 존재감이 충분하다. 주먹만하게 분홍빛 화장지를 구겨놓은 것 같다. 단지 한 그루일 뿐인 나무가 많은 사람들을 오래도록 그 옆에 머물도록 이끈다. 가로등이 아닌 등대의 모양새다. 

2. 엄마의 피사체 노릇 중인 이레에게 눈웃음을 짓던 한 사람이 사진을 찍어주겠노라 제안한다. '고놈 참 잘생겼네요' 정도가 될만한 인사말을 건넨다. (불어의 주어는 '성별'이 있기때문에, 아기들을 보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사람들은 아들인지 딸인지 가장 먼저 묻는다. 그 다음에 건내는 말이 고놈 참 잘생겼네요 혹은 아이구 예뻐라이다. 아기들을 향한 만국 공통어!) 굳이 딸이라고 정정하지 않는다. 어색하고 멋적어하는 웃음에 응대하기 귀찮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친절에 대해 한껏 고맙다는 말만을 전하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아이의 '사회적 성정체성'이 조금 늦게 정립되길 바래서이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오늘 이레의 의상은 그 어디서도 '여자색'를 찾아볼 수가 없구나. 미얀. *여자색 남자색에 관한 불만은 또 다른 어딘가로 미루고, 오늘은 아름다운 풍경감상이나 합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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