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그날, 그리고 오늘

유산균발효중 2016. 4. 16. 07:43

2014년 4월 21일,  

부활절 방학을 맞아 몇 주 전 미리 예약해 두었던 떼제를 향해 가고있다.  5일전 있었던 그 사건 때문에 우리는 잠시 주저했다. 아무것도 할 힘이 없었고, 아무데도 가고 싶지 않았다.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절망과 아픔의 극단을 달리고 있었다. 차라리 한국에 있었다면, 그 소용돌이 속에서 함께 지켜보고 있었다면 조금 덜 답답했을까? 

기차에 오르며 산 르몽드 신문에는 <세월호 침몰 이후, 충격에 빠진 남한>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3면에 실렸다. 300여명이 죽고 탈출한 선장이 체포되었다는 소제목과 함께..저 지구의 반대편, '김정일, 강남스타일, 삼성' 정도의 키워드만 나열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그 미지의 나라에서 일어난 사고 기사를 자세히 담았다.

아무도 구조하지 않고있다는 친구의 메시지는 의례히 이런 사건이 있을때면 나오는 음모론이라 믿었다. 

교회의 중고등학생들을 인솔해 부활절 방학을 떼제에서 보내고 있던 친구들은 우리가 나눈 세월호의 소식을 듣고 '함께 그리고 많이' 울어주었다. 우리가 차마 할 수 없던 기도도 대신해 주었다. 기념품 가게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할머니는 우리의 얼굴을 보더니 한국에서 왔느냐고, 우리가 너희 나라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괴로운 며칠을 보내셨다는 수사님과 함께 큰 숨을 들이켰다. 그렇게 우리는 아주 작은 우리 몫의 시간을 견디었다. 


2016년 4월 15일,

비극과 동행하며 2년동안의 시간을 살아내었을 이들을 생각하니 슬프고 아프다.  너무 많이 들었을만한 한마디를 얹는 것이 미안하다. 

낮잠을 자는 이레의 모습을 한참이나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눈물이 난다. 생명의 소중함 때문에, 그리고 그 생명의 끈질김 때문에. 

눈을 뜬 이레는 자기 얼굴앞에 놓인 내 얼굴을 제 손가락으로 꽉 쥔다 아니 할퀸다. 그 생명들이 남긴 자국들.

더 사랑해야지 하는 부끄러운 다짐으로 기도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위로가 되었던 떼제의 찬양 가사.

In the Lord, I'll be ever thankful

In the Lord, I will rejoice

Look to God, do not be afraid, 

Life up your voices, the Lord is n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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