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일어나 부슬부슬 비오는 흐린 날씨에 우중충한 강의실에 앉아서 멍하니 수업을 듣는다. 연말이라 그런지 정서적 육체적으로 매우 허약해진다.한번도 한국이라는 공간이 그리운 적은 없었는데, 요즘, 자연스럽게 앉아 편안이 수다를 떨 사람들이 그립다.
학교 카페에 앉아 샐러드를 우걱우걱 거리다가 지나가던 줄리아와 대화가 시작됐다. 회사에서 어제 받은 따끈한 식권(?뭔가 한국어로 번역하면 웃긴데, ticket restarant이라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점심값 정도 되겠다. 식료품을 살때도 쓸수 있고, 식사를 할때 식당에서 이걸로 계산을 할 수도 있다.)을 보여주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그녀의 '위대한' 식당티켓으로 -그도 그럴것이 그녀가 받는 월급이나 일 계약 조건에 비해 식당티켓 뭉치는 참으로 위대해 보였다.- 우리는 매우 조촐한 점심을 함께했다. 학교앞에서 낮에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란 뭐 니맛도 내맛도 아닌 샌드위치 정도? 지금은 게임 시나리오를 쓰지만 그녀가 전시했던 사진 작업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그녀의 지난 이야기들은 다이나믹 했다. 머릿속의 꼬부랑 글자와 종이속 글씨가 아닌 사람사는 이야기를 들으니 활기가 생긴다.
미니언니가 보낸 소포. 박스에 가지런하게 들어있는 이런저런 소품들에서 그녀의 냄새가 스물스물 난다. 언젠가 그녀의 동네 카페에 앉아 먹었던 당근케이크를 떠오르게 하는 작업들.
어떤 금요일의 활기충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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