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깍듯하고 예의바른 말투 때문에, 나를 어른처럼 느끼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약속이 있어 만났던 날에는 무조건 후기비슷한 문자를 남겨 인사를 전하고, 연말이나 명절엔 어김없이 연하장에 나오는 듯한 말투로 인사를 전한다. 한번은 형식적인 답문이 싫어 어떻게 답장을 보내야 할지 몰라 차일피일 하다가 자의반타의반 문자를 씹은 판국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 만남에서 그는 어김없이 그 일을 언급한다. 그의 그런 태도와 인사들이 마땅히 지녀야할 인간으로서의 '도리' 혹은 '예의'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그 형식은 내용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인다. 그리하여 그의 형식 때문에 오히려 가려진 내용은 없는지 질문하게 된다.
그는 나보다 훨씬 강렬한 사회성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여기에서 사회성이 아닌, 사회성에 관한 욕구에 밑줄을.
나는 예의바르고 아름다운 형식보다는 내용에 알맞은 형식을 좋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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