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달팽이

유산균발효중 2014. 6. 27. 05:33


오랜만에 배란다 청소를 하고,  나무를 옮겨 심고 뿌듯해 하는 순간, 내 앞에 나타난 요놈. 달팽이가 움직이는 것을 이렇게 생생하게 본 적이 없어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다. 저렇게 길게 내민 더듬이로 방향을 잡고 열심히 기어간다. 더듬이 앞에 손을 대고 길을 막으면 얼른 방향을 전환해 다시 열심히 몸을 움직인다. 생각보다 너무 재빠르다. 하악. 너무 자세히 보면 징그럽긴하지만, 신통방통해서 사진을 찰칵찰칵 찍어댔다. 

느리지만 갈길을 열심히 가는 이 놈을 보니, 니가 나보다 낫다 싶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의 반대말은 뭘까? 하나님을 안믿는 것이기라기보다 하나님을 무시하는 것이다. 오늘 다니엘서에 관한 손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며, 다니엘과 연관된 하나님의 뜻에 관한 말씀을 들으며 하나님의 뜻에 대한 나의 조악한 이해 때문에 너무 절망스러웠다. 아니 하나님을 무시하며 사는 것 같다. 

내가 원한게 이런거였나? 나의 선택에 하나님의 계획과 뜻이라는게 있었나? 요즘 이런 질문들로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그 말씀을 들으니 기준이 아주 분명해 졌다. 하나님을 무시하는 마음, 중요한 순간에는 무신론자인 나때문에 나와 함께하는 사람, 나의 가족이 고통받는 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살다 망하겠구나. 다니엘에게 보여주셨던 하나님의 계시, 그 대상이 나였구나. 난 하나님나라의 백성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살면서 그냥 하나님 나라를 '이상'으로서 추구하는 사람이구나 싶다. 곧 망할것 같다.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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