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근황

유산균발효중 2014. 3. 28. 02:41

1. 아무리 열심히 스펙을 쌓아도, 직장에 꼬박꼬박 출근해도 내 미래는 밝지 않을 것임을 알고있는 평범한 88만원세대를 거쳐,엄청나게 높은 실업률과 집세를 자랑하는 파리의 외국인 유학생 부부로 살아가는 우리.

한달 내내 물류창고에서 일한 김은 아침에 통장잔고를 확인하더니, 절망했다. 이미 이번달 집세는 밀려있고, 두달전에 결제한 학비 수표가 그 사이 출금되어 버린 것이다. 결과는 또 마이너스.


2. 모두가 치를 떠는 체류증 갱신을 하고 찾으러가야 하는 기한이 다가왔다. 문제는 체류증을 찾으러 가기 위해 사야하는 인증우표 가격인데, 통장의 마이너스로 인해 돈을 찾을 수가 없다. 마침 집에 있던 현금을 들고 내가 대표로 가기로 한다. 일단 내 체류증 날짜가 예상이 안되기 때문. 가까스로 50유로짜리 우표를 사들고, 이러저러한 에피소드 끝에 난 이미 기한이 지난 체류증카드까지 총 두개의 체류증을 들고 경시청을 나섰다. 


3.  일년이 지났는데 마이너스만 계속된다는 생각 때문에 둘다 힘이 든다. 이럴때는 서로를 위로하거나 마냥 긍정적으로 말할 힘도 별로 없다. 몇주간 창고에서 마신 먼지로 새벽에 잠이 깨는 김이 안쓰럽지만, 이럴때일수록 더 대담해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DVD라이터를 질렀고, 프낙 카드도 만들었고, 정원에 심을 씨앗도 샀다. 

까맣게 잊고 있던, 곧 뽑아버려야지 했던 그 꽃이 올해에야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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