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에 대한 나의 기억은 벌초하는 아빠를 따라, 모두 똑같이 생긴 불룩한 작은 언덕을 사이로 찾아간 할아버지의 묘지. 기억에 없는 할아버지의 묘 앞에서 무슨 생각을 해야할 까 쭈뼛거리던 것. 물끄러미 바라았던 보절하는 큰 아빠와 사촌 오빠들의 등. 명절이면 묘지 가는 길에 즐비한 차와 사람들의 행렬. /그리고 그의 아들인 울 아빠가 화장 후에 묻힌 납골당. 묻혔다기 보다는 서랍처럼 생긴 네모난 대리석 박스 안에 들어간다고 해야할까. 아빠의 이름 세 글자와 대리석의 벽이 차갑게 느껴졌던 기억.
페르라셰즈, 공동묘지라는 어감에서 느껴지는 을씨년스러움을 이곳에선 찾을 수 없다. 다만, 죽음을 자연스러운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게 될 뿐이다. 무덤 주인의 캐릭터가 느껴진다. 이곳은 죽은 자들의 자리이기보다는 산자들의 기억을 위한 곳이다. 그리고 이들의 문화를 잘 모르는 나같은 외국인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며 음미할 만한 곳이다. 파리의 도처에 있는 크고작은 묘지들 중에 최대의 규모라고 한다. 그만큼, 잘은 몰라도 이름은 한번씩 들어본 위대한 예술가들의 무덤이 곳곳에 숨어있다. 하지만 그들의 무덤을 찾기 위해 지도에 목적지를 표시하고 그 지점을 찾아 사냥을 다니다 보면, 이곳의 진정한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길을 걷다가 우연하게 오랜 친구를 만난 반가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다소 무심하게, (칸트식의 무관심성을 가지고) 그러나 충분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를 만났을 때는 그가 남겨둔 발자국을 기억해내야 할 것이다.
2013-06-15일의 기록.
샤브롤씨,당신의 영화를 요즘 불어 학습용으로 다시 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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