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인상

기억과 현재

유산균발효중 2013. 4. 7. 07:46




Pantéon, 주느비예브에게 봉헌되었던 교회로, 지금은 프랑스인들이 존경하는 영웅들의 시신을 안치해놓은 무덤으로 사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중요한 장소들은 누군가를 기념하고 기억하고, 죽은 이들을 위한 애도로 가득 차 있다. 활기찬 대학가인 카르티에 라탕지구에 있는 기념비적인 장소가 한국의 대학로와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푸코의 진자가 우리를 맞이한다. 이곳에서 그 유명한 실험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잘 보이지도 않는 가느다란 실이 진자를 지탱하고있다. 1층 공간에는 프랑스의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들의 일대기나 혁명적인 사건을 조각과 벽화로 장식해놓았다.

크립트(지하)로 내려가면 십자가의 평면도를 가진 건물의 곳곳 방마다 나름의 분류기준으로 정렬된 시신 안장실이 있다. 너댓개의 시신 보관함이 건물과 일체된 모습으로 굳게 닫혀있다. 방에 따라서는 이런저런 조각이나 기념품들이 제 주인의 존재감을 드러내준다. 아직 비어있는 방들을 보니, 이곳의 역사는 꽤나 현재적이란 느낌이 들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루소나 볼테르도 있고, 역시나 이곳에서도 위고나 졸라의 안치실 앞에는 사진찍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반대로 안치되어있던 인물들의 불경함이 드러나면 쫓겨나기도 한다. 실제로 첫 인물이었던 프랑스 혁명가 미라포 백작은 나중에 왕실과의 뒷거래 역사가 드러나면서 3년뒤 쫓겨났다고 한다. 





각 대통령시기마다 팡테옹에 안치할 유해들을 결정하는 것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이다. 사르코지는 까뮈를 이곳에 안장하고 했다가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욕을 먹기도했다. 역사 그리고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재해석이 이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방인인 산책자는 

로마의 판테온이 가진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의 상징성을 배껴다 놓은 이 건물의 잰 척하기에  진심이 담겨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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