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para-screen

Elles_회피족

유산균발효중 2012. 4. 22. 00:34

#1. 엘르_영화이야기

시작은 좋았다.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줄리엣 비노쉬가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간 데다가 토요일의 여유를 즐긴다는 기쁨과, 저녁에 오기로한 손님. 주말에 손님을 맞이할 때면, 우리가 한껏 여유로운 사람이 된 것같은 기쁨 혹은 자기만족에 취한다. 이유야 어쨌든 시작은 좋았다. 

영화가 계속 될 수록 분위기는 불편해졌다. 

일단 영화의 내용이 엘르의 잘나가는 기자이자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은 회사의 중견직에 있는 남편과 부유하고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는 안느가 잡지의 특집기사 인터뷰를 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 기사는 평범한 여대생이었던 성매매여성들이 어떻게 해서 그 일을 하게 되었고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주인공은 처음에 당연히 이들이 돈때문에 몸을 팔고 자신이 하는일에 대해 꽤나 수치심과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그녀의 삶은 언제나 뭔지모를 규제와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결혼생활, 사랑없는 일상과 예의였던듯하다. 마치 그녀의 주방처럼.

그러나 그녀가 만난 여성들은 오히려 이 일을 즐거워하고, 자신이 만나는 중년의 (대부분 가정을 둔 모범적인 가장) 남자들을 심지어 안타까워하기까지 한다. 주인공은 그녀들에게서 자신의 모습과 자신의 남편을 투영한다. 점점 자신 안에있던 자유로운 욕망과 욕구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안느는 점점 그녀들에게 친밀감을 느끼며 동일시하게된다. 

영화의 끝은 안느가 자신을 칭칭감고있던 여러 쇠사슬을 벗겨나가는 것으로 끝맺는다. 

영화의 감독이 <안티크라이스트>를 제작했던 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화의 비쥬얼이나 감정선이 어떻게 흐를지 조금은 예상된다. 직설적인 성적 묘사와 안느라는 인물의 극도의 신경질적인 성격이 날카롭게 쇳소리를 내며 부딪힌다. 

예상보다는 뻔한 스토리라인이 식상했다. 줄리엣비노쉬가 아니었다면 누가 이를 소화했으리요.

여기까진 영화 이야기.



#2. 엘르_우리 이야기


이제부턴 우리의 이야기.

이건 마치 블랙스완을 보았던 때와 매우 일치한다. 감정을 압박하는 영화를 못견디시는 김께서 이영화 역시 과도한 감정이입으로 영화가 끝나자 토할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있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영화가 정신건강에 좋지못하다는 것은 나에게도 느껴지는 바이기에 나 역시 다소 날카로워져 있었다. (영화 잘 보고 이게 뭐람!) 

사실 나의 방점은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불만이었다면,

김은 안느가 백조에서 흑조가 되어가는 모습이 불편했나보다. 왜 그는 늘 어둡고 암울하고 갈등상황에 맞닥드리는 것을 이리도 힘들어 한단 말인가. 뭐 내가 이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또 그러니까 엄청나게 짜증이 났다. 이면적으로는.

그러나 표면적으로 나는 그의 이해심과, 이런 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일반 은총에 대해 운운하며 김을 휙휙 뿜어댔다. 


#3.   

스팀이 다 나오고 나니, 그의 일상이 얼마나 스트레스 가득한지 이해하면서도 막상 이런 상황에 오면 따뜻한 말로 위로해주지 못하는 내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 불편했을 뿐 아니라 

그처럼 나 역시 그의 갈등 상황에 대해 있는 그대로 마주해주지 못해 미안했다. 



회피족 두마리의 싸움은 이렇게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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