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런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렸을적 국민학교에서는 각 반별로 경쟁적인 환경미화를 하곤했다.
물론 그 환경미화는 오롯이 부모님의 몫이었으며 대표적 아이템은 화분이었다. 새 학기가 3월이니 대표적인 꽃 화분은 철쭉이었고 색도 화려하고 양도 많아 학급 환경미화에 제격이었다. 물론 강제는 아니었지만 선생님은, 꼭 누가 사왔는지 한번씩 이름을 불러주곤 했다.
이럴때를 생각하면 난 온통 의기소침해지는 기억들 뿐이다. 울엄만 예나지금이나 자기일은 자기가 알아서, 방학숙제 한번 도와준 적도 없으며 물론 학교에 찾아오거나 담임 쌤과 특별한 인사를 나눈 적도 없다.
지금이라면 이렇게도 오버스러운 일들이 조숙하고 예민한 초등학생 나에게는 무언가 결핍을 의미하는 일이었다. (엄마들의 치맛바람은 곧 아이들의 의기양양을 보장해주었던 더 디테일한 사건이 기억나지만 화가 날것 같아 각설하고! )
그런데 우리반에도 내 이름으로 철쭉 화분이 배달 된 적이 딱 한번있었다. 난 틈틈이 철쭉 화분을 훔쳐보곤 했고, 그 때 담임쌤은 청소시간마다 정성스레 물을 주며 예쁘네를 연발하셨더랬다.
그 해, 내가 정말 즐거운 학교생활을 했는지 담임의 특혜를 받았다던지 뭐 그런건 잘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국민학교 시절의 나는 꽤나 우수한 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과의 심리적 거리가 멀었단 사실 만큼은 기억난다.
여름 같은 오늘, 원래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봉오리를 조금씩 벌리고 있는 철쭉을 보며 생각난 과거! 아마도 나의 반골기질은 태생적인 것이 아니라 이런 사소한 경험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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