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beyond-letter

아담도 이브도 없는...

유산균발효중 2010. 1. 2. 13:07

아멜리 노통의 특이한 문화적 이력이 반영된 흥미로운 에세이.

벨기에 대사관의 딸로 일본에서 5살까지 자랐던 아름다운 기억은

일본을 되찾고 일본인과 일본 문화에 대한 호감을 느끼게 하며 심지어 일본인으로 살아가고픈 마음에 일본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그녀가 만난 일본 갑부총각 린리는 철저하고 규범적이며 가장 급진적인 외향에 숨겨진 폐쇄적인 정서를 지닌 일본을 대변한다.

 

그에게 호감과 흥미를 느끼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은 자유로운 문화적 교류와 호기심을 채워줄 만한 요소들이었을 뿐. 사랑이라는 것조차도 구획에 딱딱 맞는 문화는 사실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에덴동산이라는 아름다운 공간에 결국 아담과 이브는 없는....

 

후지산을 오르며 자연 본능을 느끼는 그녀가 공감이 되면서도

한편으로 한 개인이 가진 민족적 편견이 드러남을 부인할 수는 없는 듯하다.

 

베스트셀러작가로 확고한 입지를 굳힌 그녀의 작품을 이제서야 읽었다.

그것도 대표작이 아닌 변두리의 에세이스러운 책부터 읽었다.

그게 오히려 아멜리 노통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게 했다.

 

 

덧,

린니와 내가 만난 계기는 일어와 불어의 인터체인지 과외를 하기 위함이었기에,

언어에 담긴 문화적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들이 종종 나온다.

 

'놀다'에 대한 불어와 일어의 차이는 매우 재밌었다.

꼭 목적어가 있어야 하는 서양의 놀다는 대상을 필요로하며, 무언가를 하는 상태인데 반해

동양에서의 놀다는 자동사로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몸을 그대로 두는 상태이다.

 

덧2.

치즈맛이 제거된 스위스 퐁뒤.

글로벌이나 혹은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개방성을 옹호하는 국가들이 가진 가려진 목적은 어쩌면 동경의 감정일 수도 있겠구나.

입맛에 맞지도 않으면서 꼭 그것을 먹어야하며 먹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