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와 나는 나름 효도관광이라는 명목으로 연말을 엄마와 스파에서보내기로 했다.
간병의 이유로 당일치기 밖에 가능하지 않기에, 우리는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변산에 있는 대명콘도에서 만든 스파에 가기로 했다.
그러나. 무슨 물에 몸을 잠깐 담그는 것 뿐인데 삼만 몇천원씩 한단 말인가?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이라도 해 드릴 것처럼 큰소리친 두 딸들.
위기가 찾아왔다.
며칠후, 이준호의 흥분된 목소리와 함께 무료 입장권 두장이 하늘에서 뾱 떨어졌다.
으하하.
그럼 이제 몸만 출발. 할인되는 신용카드로 한사람은 입장하자.
출발전날
엄마의 집사교육을 핑계로 출발 예정날짜가 하루 미뤄졌는데,
공교롭게도 전주에 폭설주의보가 내렸다.
낼 아침이면 눈길을 뚫고 출발해야하지만, 우린 아직 애들이다.
신나게 눈사람만들기 및 눈길 헤치기를 하고서 즐거워했다.
아침.
서해안에는 눈이 더 많이 오고있어서 버스를 이용했다. 눈오는 바다와 산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또 신나게 환호를 지르던 순간.
이준호의 손에 들려있던 디카가 아름다운 소리와 함께 땅과 마찰을 일으켰고,
그 후로 액정화면이 cctv처럼 변헀다.
으악~! 결국 그 AS비용은 육만 오천원이었던 것이다.
초대권으로 세이브한 돈은 결국. 디카 AS 비용으로~!
눈오는 겨울바다도,
눈을 맞으며 바다가 보이는 노천탕에서의 시간도,
급류타기 미끄럼틀도,
육만오천원에 좌우되는 우리의 기분도.
한 해동안 고생한 세 여자에게는
그 모든 것이 여운을 남기는 2009년의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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