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보니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스스로에게 이 영화가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궁금하다.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영화에 담기로 결정했을 때 어떤 경험이 내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지를 고민했다. 나한테 가장 깊게 남아 있는 경험은 상실감, 뭔가를 잃어버린 느낌이 아니었나 싶다. 이건 비단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한 번씩은 경험하는 감정이 아닐까. 상실감을 극복하느냐가 아니라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나는 여전히 상실감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중요한 건 이 상실감을 안고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의 문제다. 영화는 진희가 상실감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진희는 앞으로 또 어떤 상실감을 경험할지 모른다. 영화에서 그 여운을 남겨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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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니 르꽁트-그러고 보니 주인공을 맡은 배우와 비슷한 인상이다. 에이전시에서 데려온 아역 배우들이 너무 세련되고 인위적인게 맘에 들지 않아 직접 캐스팅에 나섰다더군. 게다가 고아원에 있는 30여명의 아이들도 전문 배우들이 아니고.
생긴 것 만큼 자연스럽고 자신의 과거를 포장하지 않고 싶어한다.
지인으로부터 들은 소식에 의하면 이 영화가 한국에서 잘 안되서 마음아프다.
내가 볼 때도 꽤 큰 극장에 열 손가락에 꼽을 만한 사람들이 앉아있었더랬지.
영화는 참 좋았다.
감독 인터뷰가 내가 영화를 본 인상과 같았다면 난 착한 관객이로구나.
어떤 장면고 억지스럽거나 상처극복 식의 전개가 없었다.
안쓰러울만큼 사실적이고, 고요하다.
인상적인 두 장면이 있었는데,
1. 미군이 고아원에 방문하여 인형극을 해주는 장면이다.
이때 우리나라는 해외 입양아가 폭발적으로 많았고, 가장 많은 나라는 단연 미국이었을게다. 능수능란한 미군아저씨는 노랑머리의 인형을 손에 끼고 아이들의 생생하고 초롱초롱한 호기심의 눈동자에 대고 나랑 같이 미국가자~나랑 같이 미국갈사람 손들어봐! 하고 외친다. 시종일관 꿈에 부푼 아이들.
그리고 역시 이곳에도 아메리칸 드림이,
자신을 선택해주기를 학수고대하며 준비하는 아이가 있다.
함께라면 미국이라도 가자고 손을 꼭 쥐며 약속했던 그 아이는 훨훨 떠난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2.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아이들이 한명씩 떠날 때마다 고아원에 남은 아이들은 노래를 불러준다.
부잣집 외동딸로 차려입은 아이는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과의 거리 만큼의 표정으로 노래를 듣는다. 어떤 감회도 없어보인다.
다만 꽃피는 아름다운 정경보다는 춥고 회색빛의 담벼락이 보일 뿐이다.
예신이가 떠나는 날은 이 노래마저 울리지 않았다.
**덧붙이기
영화의 완성도에 비해 성공하지 못한 까닭이 영화를 본 후, 우리의 대화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오지랖으로 주섬주섬 홍보계획을 바꿔보았다.
ㅋㅋㅋ
먼저 제목,
이ㅊㄷ이 손수 지었다는 여행자는 넘 시적이고 ㅇㅊㄷ스러운 고루함이 묻어있다. 여행자의 상실감을 표현하고자했다는데, 난 여행자라는 단어에서 상실감을 느낀다는 전제가 사회적 정서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Brand new life 혹은 une vie toute neuve의 직역이 나을뻔 했다.
감독이 한국말에 서투니 어쩔수 없었나보다.
그리고 포스터.
사실 프랑스에서 만든 포스터(오른쪽)도 그리 흥미롭지 않다. 난 주인공의 얼굴보다 분위기를 살린 영어판 포스터(왼쪽)를 선호한다. 한국 포스터는 단연 별로다 ㅠㅠ
해외 입양에 대한 단상
ㅁㅈ은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사회문제, 즉 입양제도나 아이를 버리는 파렴치한에 대해 울분을 토로했다. 난 오히려 자신의 아이를 버리는 타인의 선택에 대해 그 상황을 겪지않은 제 삼자가 이야기 한다는 것은 의미없다는 입장이었다. 본의아니게 ㅁㅈ에게 버럭했었나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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