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이번 JIFF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섹션은 포르투갈 영화 특별전이었다. 영화에 대한 특정한 지식이라고 내세울 것은 없지만, 게다가 포르투갈에 대한 어떠한 애정이 없음에도 이제까지 보아왔던 포르투갈 영화들이 꽤 괜찮았던 과거 때문이다. 특히 주앙 보텔료(João Botelho)라는 거장을 눈앞에서 보게 되어 좋았다. 조금은 무심한 듯한 그의 몸짓이 좋았다. (관객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지 않아 보인달까? 유명인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그냥 자기 생각에 빠져있는 듯한 몸놀림이었다. )
아쉽게도 <불안의 영화 The Film of Disquiet>(2010) 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놓쳐버렸고, 내가 선택한 <포르투갈식 이별 A Portuguese Farewell>(1985)은 보는 내내 오즈 야스지로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화의 내러티브나 속도가 오즈에 대한 오마쥬 같아 보였다. 역시나 GV에서 감독은 오즈 야스지로의 이름을 존경하는 감독으로 언급했다.
영화는 크게 두가지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배치되어 반복된다. 흑백과 컬러를 반복하며.
1) 흑백으로 처리된 전장의 아들 아우구스투스
깊이 없는 2차원의 흑백은 죽은 자들을 표현한다.
영화는 이들의 부모가 멀리 떨어져있는 자식들을 보러 오는 것에서 시작된다. 기차로 먼길을 달려 정성스레 싼 선물을 건넨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에 쉽게 끼어들지는 못한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식민지 전쟁이며, 이 영화는 식민지 전쟁을 직접적인 소재로 한 첫번째 픽션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
이미 현대인에게는 추억이자 기억이 된 전쟁은 누군가에게는 매우 심각한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개인사이다.
부모의 여행과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점은 오즈 야스지로에게 받은 영향을 그대로 드러낸다.
*포르투갈식- 식민지가 많던 강대국이었던 포르투갈의 패전은 자국 내에서 아무도 언급하려 하지 않는다. 실패와 고통의 상황을 침묵으로 덮고 싶어하는 것이 감독이 말한 '포르투갈 식'이란다. 또한 끝을 보려하지 않는다. 그 끝의 고통스러움 때문에.
*이별-12년동안 유예되었던 이별이 이제서야 시행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나뭇가지가 호수에 던져져 파장을 일으키고 물결을 따라 흘러가는 모습은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고 있는 듯하다.
누구에게나 이별은 어려운 법.
그리고 될 수 있으면 그 이별을 지연시키고, 확인하지 않으려고 애쓰고자 하는 법.
그 이별이 자신의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는 흘러감이었다면 더욱 그렇지 않을까?
동물의 아픔이 아닌 식물이 느끼는 통증같은 이별이야기를 그린 영화, 포르투갈식 이별.
포르투갈 고유의 언어로는 Saudade 라고 불리는 번역 불가능한 말을 표현한 이 영화는 한국식으로 말하면 恨의 정서 정도를 담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무엇보다 색감과 억지스럽지 않게 스며드는 감정과 이야기 전개는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JIFF 2011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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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알렉산더 오닐’의 시에서 따왔는데 사랑하는 아름다운 여인과의 이별에 대한 얘기로, 가슴 깊이 느낀 통증을 동물이 아닌 식물이 느낄 것 같은 통증으로 비유했다. 섬세하고 미묘한 아픔이다. 역시 이웃나라 스페인과 음악적으로 비교해 얘기하자면 플라밍고는 화려하고 동작이 큰 반면 ‘운명’이란 뜻의 우리의 ‘파두(fado)’는 고통에 찬 음악이다. 파두는 거의 울면서 부르게 된다.
감독이란 흡혈귀와 같아 다른 사람의 영화에서 이런저런 표현을 따오기 마련이다. 존 포드, 로베르 브레송 감독 등의 영화를 좋아하여 영향을 받았다. 이들은 사소한 사물에서부터 큰 영감을 준다. 내 영화에서 예를 들면, 어머니가 묘지에 가서 요리에 대해 얘기하거나 아버지가 칼로 막대기를 깎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행위를 초월하여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출처] [JIFF 2011] 포르투갈영화 특별전|작성자 유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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