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beyond-letter

[빛의 제국] 자본주의적 권태가 덮은 그의 삶

유산균발효중 2010. 8. 8. 21:41


나는 김영하의 문체만은 꽤 좋아한다. 인물들의 모든 면을 서술하는 듯하면서도, 아무것도 이야기 하지 않는 서늘한 기운이 그의 문체에서 느껴진다. 마치 이 글의 주인공, 김기영이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회색인간으로 살아가 듯, 그의 문체는 회색이다. 회색의 인간에게 남겨진 종국의 선택은 흑과 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영을 통해 내부에 있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우리는 한국의 현대사회와 학생운동을 둘러싼 이념이 자본주의 남한의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느껴볼 수 있다. 그리고 김기영이라는 인물은 어쩌면 작가가 무던히도 그려온 주제와 소재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공간에 살고 있지만 전혀 다른 생각과 세계를 사는 인물.

 

자본주의적 권태에 대한 명상이 특히 인상적이다.

권태와 허무감은 현대인이 맞닥뜨린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적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