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그와 얼굴이 마주치고야 말았다.
그는 자전거를 훔쳐간 도둑놈이고 피해자인 나는 그를 신고해야 마땅한 상황이었다.
내 친구중에 가장 험악하게 생긴 놈을 불렀더랬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어버린 상황이 현실에서도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있는가.
물론 그게 꿈이라면 불공평함에 대한 원망보다는 물리적인 힘에 대한 두려움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
그래서 새벽 다섯시 삼분전에.
벌떡 눈을 떴다.
심장은 여전히 쿵쾅쿵쾅.
#2.
짜증스런 얼굴로 이불을 개는 그의 얼굴에는 어딘지 모르게 비현실적인 데가 있었다.
아마도 이 해프닝을 나는 꿈과 현실의 경계에 묻어놓을 것 같다.
생각해내려고 하면 약간은 메슥거릴지 모를.
그런 일.
#3.
고개를 들면 싱그러운 초록이라고 명명해야 할 무성한 나뭇잎 밑에서
만약 체감습도라는게 있다면, 그 습도를 측정할 수 있는 최대량을 백으로 한다면,
습도가 99.9라고 불러도 좋을만한 날.
오랜만에 꿈을 꾸지 않는 낮잠을
허탈한 웃음이 나올 정도로 잔 날.
#4.
휴가.
경미한 일 중독증을 앓고있으며,
일반상식으로는 약간 이해 안되는 사장과
졸업을 앞두고 고군분투하기를 희망하는 이를 친구로 둔 누군가에게는
그리 반가울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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