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여섯 살 난 우리반 아이 하진이가 나에게 자랑스럽고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손으로 옆에 앉아있던 다섯살 서현이를 가리키며) 선생님! 저 이다음에요 서현이랑 결혼 할 거예요!
(옆에 앉아있던 서현은 흐믓하게 웃는다./ 참고로 서현이는 정말 귀엽게 생긴 다섯살 여자아이)
-그래? 하진이는 서현이가 좋아?
-네. 서현이랑 결혼 할 거예요.
그때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자신이 다섯살인지 여섯살인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어눌한 말투의 김진언 왈.
(둘에게 삿대질을 하며,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야아~그럴거면 지금 결혼해. 어차피 커서 할건데 그냥 지금하지 뭐하러 그때 해.
푸하하.
진언이 엄마에게 매일 빨리 결혼하라는 말을 듣는 유산균은 웃다 지쳐 쓰러졌다네.
#. 장면 2
먹는 것에 늘 빠릿빠릿한 집착과 무한 애정을 보이는 진언이가 이모에게 어쩐일로 사탕을 건냈다.
-이모 이거 먹어.
-와우~이거 나 주는거야? 고마워.
-응. 근데 이모 나 '그거' 먹을래.
(여기서 '그거'는 약 3초전에 하언이가 이모에게 하사한 마이쭈)
어쩐지.....김진언이 사탕을 나에게 줄 아이가 아닌데...허허. 그냥 뺏길 순 없다.
-아, 마이쭈? 안돼. 이모는 태어나서 마이쭈를 한번도 먹어 본 적이 없거든. 그리고 이건 하언이 형아가 이모 먹으라고 준거야. 너도 형한테 달라고해.
-(하언이를 무서워하는 진언은 쭈삣쭈삣, 이모 얘길 들었는지 말았는지..) 나 그거 먹을래.
나 그거 먹을래는 진언이 입에 달고사는 대사
-음. 그럼 니가 그냥 사탕먹어. 사탕은 오래 먹을 수도 있고 입에 넣으면 볼도 이렇게 재밌게 빵빵해져.
-아니야. 나 그거 먹을래.
...이런 대화가 약 서너번 오갔다.
-진언아, 이모가 마이쭈 먹으면 안될까?
-사탕이 더 맛있고 사탕은 더 오래 먹을 수 있으니까 이모먹어.
늘 진지하게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눌한 말투로 대화를 이어나가며, 양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사람들을 관찰하는 입터진 김진언을 주목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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