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frame

시츄킨 콜렉션전 @ FLV

유산균발효중 2017. 3. 6. 17:20

돈 많은 루이뷔통 재단만 기획할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러시아의 부호였던 시추킨이라는 콜렉터가 있다. 단순히 돈만 많은 사업가는 아니었고, 예술을 보는 안목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그는 파리에 머무는 동안 당시의 젊은 화가들의, 후기 인상주의자를 중심으로 한, 작품을 사들였다. 미리 마티스나 고갱, 피카소 등 작가의 아틀리에에 방문해 작품의 진행상황을 확인하기도 하는 등 당시 예술계의 제대로 된 거물이었다. 

자신의 저택을 장식할 목적으로 사들인 작품들은 후에 값을 매기지 못할 정도의 가치를 부여받게 되었고, 파리를 떠나면서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한동안 창고에 쌓여있기도 하다가, 상페테르부르그의 뮤지엄 두 곳에 흩어져 전시되었다. 작품의 보존상태도 좋지않고, 값비싼 보험료와 운반비 등으로 인해 러시아를 떠나지 못하고 몇 십년간 묶여있던 작품들을 루이뷔통 재단이 불러모으는데 성공하고야 말았다.  너무 많은 예산을 써서 피카소 미술관 관장직에서 해임된 후, 칼을 갈아 루이비통에 둥지를 트고, 드디어 홈런을 쳤다.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성공에 앞서, 워낙 가치있는, 그리고 평소에는 보기힘든 작품들이라 벼르고 있었다. 다행히 2주나 전시기간이 연장되어 전시 초반보다 한산한 때에 관람할 수 있었다. 특히 마티스의 방과 고갱의 방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콜렉션의 구성작품이야 워낙 유명한 작가들이니 말할 것도 없었으며, 이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 중 처음보는 작품들이 이렇게 많다니 하며 놀랬다. 

이번 관람은 루이뷔통 재단에서 보낸 패밀리데이 행사에 맞춰 갔는데,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중이었다. 어린이 한명과 동행하는 바람에 작품 자체의 관람에는 좋은 조건이 아니었지만, 이들이 어떻게 어린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 구경하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 프로그램의 컨셉은 8개 정도의 빈 액자 그림이 그려진 지도를 미리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각 전시실마다 도슨트가 하나의 그림 앞에 서있다. 전체 전시를 관람하고 나면, 총 8명의 도슨트를 만나 각 전시실에서 중요한 작품에 대한 소개를 듣고, 마지막에 그 액자에 붙일 스티커를 받는다. 스티커는 각 작가의 작품이고, 받을 때는 작품의 이름과 작가의 이름을 말해야한다.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작품을 기억하길 바라는 부모들의 마음과 달리, 물론 아이들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스티커를 가진 도슨트를 보며 저기다! 를 외친다. 열심히 달려가 발을 동동 거리며 스티커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간단한 설명과 대화는 이어진다. 때로는 큐비즘 작품의 각 형태가 무엇을 그린것인지 묻기도 하고, 풍경화 중 유일하게 동물이 나오는 두와노의 풍경화도 확인할 수 있으며, 차가운색과 따뜻한 색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게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술관에서 뛰어다니며 스티커를 붙여보았다는 그 경험. 종이에 자신의 컬렉션을 완성해보는 재미를 느낀다는 것. 대중과 아이들을 향한 미술관의 프로그램이 어떻게 개발되면 좋을지 참고할 만하다.  

모던아트의 아이콘이라는 전시 제목에 걸맞는 교과서적인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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