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인상

워라웃

유산균발효중 2012. 8. 20. 23:07



태국사람들은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별명으로 부르더라. 주로 야채, 과일, 동물 등등인데, 태형과 해상은 각각 오이와 호박이다. ㅎㅎㅎㅎ아잔김은 나에게 끌루아이(바나나)라고 했다. 난 워라웃을 워리어라고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줄곧 비슷한 목소리 톤으로 조곤조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워라웃의 동생이 말한 오빠는 매우 수줍고 말수가 적다고 했는데, 우리가 본 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가는 마을마다 친구가 있었고, 어느새 그들과 대화하고 있었으며,늘 우리의 꺄르륵 거리는 수다를 흐뭇하게 쳐다보며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했으니까.

호세아,에게 하나님은 왜 창녀와 결혼하라고 했을까-

예수님은 왜 자신을 따르려면 부모와 아내와 재산을 모두 버려야 한다고 했을까-

성경에 나온 그 말씀을 온 몸으로 살아내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니 감히 그렇게 말하기조차 미안할 정도로 그의 삶은 쓸쓸해보였다. 소수민족들이 사는 마을을 홀로 다니며 친구들을 사귀고, 마침내 하나님을 믿게 된 사람들이 교회를 세우려고 하면, 그들에게 오롯이 맡겼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교회도, 소속된 노회도, 후원자도 없었다.

자신이 겪은 일을 담담하게 말하다가 마침내는 눈물을 흘렸다 

하나님을 믿는 일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본다. 하나님이 그를 위로하시길 기도한다. 돌아오는 길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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