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시즌1

정의로움이 포함하는 배제

유산균발효중 2010. 8. 25. 00:46

 

함석헌, 김교신.
한때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졌던 그 이름들.

그들의 존경스러운 삶에 대해 역설하는 이삼십대의 피튀는 목소리가 왠지 거부감이 들었던 이유는 뭘까?
나도 그들을 존경할만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중 하나인데...

 

이들의 삶에대해 찬사를 내뿜는 이들의 정의감 때문이었다.

그들은 마치 이들처럼 사는게 정의를 실현하는 유일한 길인 것처럼 말했지만,
더 깊숙한 내면에는 정의로움의 한쪽 면이 가진 타인에 대한 판단과 그 판단으로 인한 배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처럼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김교신이나 함석헌처럼 소위'재야'의 인사들처럼 살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비난이 어려있던 것이다.


자신들은 아직 그 주장을 삶으로 증명할만한 나이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국 교회사에서

어떤 이유로든, (누가 봐도 올바른 신사참배에 대한 반대나,항일 운동등) 기존의 교회의 노선을 벗어나 독자적이며 세파에 찌들지 않은 교회를 만들고자 하는 어떠한 노력도 모두 실패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정의를 지키고자 하는 명분이 타인에 대한 비판과 왜곡 그리고 배제를 낳았던 것이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꽤 크다.


과거에 내가 찾아다니던 대안교회들을 하나씩 떠올려보았다. (물론 이 교회들이 위의 교회들처럼 다른 선택을 하여 기존 교회를 떠났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포항에 있을때 잠시 다녔던 교회는 전원교회를 지향하며, 교인들이 주말농장을 일구고 다 함께 밥을 지어 먹고 생태적인 공동체 작은 교회를 이루고 있는 곳이었다.
내 눈에 이들은 한가롭게 전원을 즐기며, 자신들의 공동 생활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찬 듯 보였다.

 

서울에 와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만난 교회들

xx교회는 꽤 급진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목회자와 성도들이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온 교우가 함께 예배를 드리며 어른들 설교 전에 아이들 예배 설교를 다같이 듣는다.
온 교우가 섞여 셀모임을 하고, 변두리 작은 신학교의 건물을 빌려 예배를 드린다.

목사님은 경제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기독교 경제정의를 실천하고자 애쓰는 분이셨다.
하지만 이들에겐 무언가 세련됨이 있었고 역시 정의로움이 있었다.
자본주의에 찌든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칼과 함께....


oo교회는 불신자들이 교회의 외곬수적인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교회의 문턱을 낮추기를 지향한다. 전형적인 도시 교회를 지향하고 누구나 그냥 왔다 그냥 갈수 있도록 문화적으로 풍성한 예배 형식을 만든다.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은 없고, 예배전 찬양도 작은 음악회같은 형식이다. 추구자들을 위하여 처음 교회에 오는이들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 노력이 왠지 힘겹고 안쓰럽게 보인 이유는 뭘까?

 

그래서 난 그냥 정통적 혹은 고전적이며,
한국 교회의 병패를 꽤 많이 답습하고 있는 교회를 다닌다.
그래서 그만큼 내적 갈등도 심하고 때론 목회자와의 의견차이를 보이는 쟁점도 꽤 많다.
그럼에도 내가 이곳에 정착한 이유는
더이상 다른 이들을 배제하기 싫어서이다.

물론 나의 삶이 이것을 얼마나 증명해 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사오십대는 커녕 삼십대도 되지 못하였으니....


아~나의 길고 긴, 그리하여 정의감이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있는 이십대여 얼른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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