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재사회화

유산균발효중 2015. 6. 11. 23:38

일상적으로 돌아다니는 루틴도 정해졌고, 자주는 아니지만 만나서 가끔 수다를 떠는 친구들도 생겼는데, 여름이 되어 속속 귀국해버리고 그나마 학교친구들은 학기 끝나니 굳이 시간을 내어 만나지지도 않는다. 원채 살뜰하게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살지도 않아서인지, 이제와 이곳의 생활의 안부를 전하는 것도 스스로 어색하고, 언어보다 훨씬 는 눈치때문에 특별히 사는데 불편한것까지는 없다 싶다. 정착할때는 카오스처럼 느껴지던 행정처리 서류같은건 그냥 이 동네의 합리적인 문화라 생각하고, 문서화된 서류를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어 편하단 생각마저 든다. 

이렇게 이제 어느 정도 이곳에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배우고 찾아보고 필수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리스트들이 많이 생겨버렸다. 중장년기에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다시 배우는 것처럼, 아이가 생기니 새롭게 적응할 일이 많아진다. 그동안 듣도보도 못한 세계와 듣도보도 못한 범위에 있는 것들. 마치 새롭게 이곳에 이사 온 것 같다. 조금 늘어질 뻔 했는데, 오히려 긴장감이 생겨 좋다. 

호르몬의 변화때문인지, 그냥 신체적인 변화가 가져오는 정신적인 변화때문인지, 일상이 들쑥날쑥하다. 아직 학기마무리를 하려면 페이퍼를 좀더 보완해야하고, 기말 면담도 남아있다. 수업을 듣고 정리하는 건 하찮게 느껴지는데, 뭔가를 생산하고 표현해내는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같다. 컴퓨터를 처음 접한 할머니처럼. 그리고 오늘은 처리해야할 몇가지 일들과 찾아야할 몇몇 자료들로 정신이 없었는데, 하루가 마치 재사회화 활동의 일환이었던 것 같다. 

- 크레쉬 신청은 한참동안이나 진행되었고, 친구는 자리가 난다는 전제하에 1월정도부턴 사회생활을 시작할게 될것같다. 

- 귀가 어두운 할머니가 딸인지 며느리인지와 함께 가게를 보는 빵집에서 산 베베바게트 샌트위치가 1유로임을 알아버림

- 리슐리외에 있는 예술사 도서관 자판기에는 시원한 생수 한병이 무려 30상팀밖에 하지 않았다. 

- 찾아야했던 자료가 오래된 박사논문이어서 의뢰했더니만 달랑 엽서크기만한 2개의 필름지를 주었다. 이걸 신비롭게 생긴 기계에 가져가서 프로젝터로 보는 시스템이었는데, 어떻게하는지 질문은 3-4번은 한것같다. 일단 와이파이 연결이 원할하지 않아 사이트에서 자료신청할때 에러가 나서 제대로 신청되었는지 확인. 15분 정도 걸린다던 자료가 내눈앞에 오기까지 30분은 걸려 또 질문, 왜 우리나라처럼 딴딴하게 철이 된 책같은 논문이라고 생각했을까? 그 미스테리한 용지앞에서 머뭇거리다가 질문. 기계에 올려놓고 읽다가 프린트하느라 또 질문... 뭔가 할머니 된 기분. 

- 그들이 추천하곤 했던 몽마르트의 오리고기집. 오리고기 하니까 무슨 계곡의 평상에서 먹는 오리고기 같지만, 핫플레이스로 떠오른다는, 그래서 멋진 비스트로가 즐비한 그 거리에서 그녀의 귀국전 만찬을 나눔. 

하루를 돌아보며, 새로운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 주는 활기!를 생각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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