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부활절 방학은 유럽의 많은 젊은이들을 떼제로 모이게 한다. 고난 주간이었던 지난 주에는 4천명이, 이번 주에는 2천명이 떼제를 찾았다고 한다. 유럽의 곳곳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배낭과 침낭을 낑낑대며 들고오는 이들의 얼굴에는 활기가 있다. 이들이 놓아둔 짐 더미는 마치 난민수용소를 연상케하며, 사람이 많은 이 시기에 숙소로 이용하는 텐트들은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우리에게는 약간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곳에 모인, 아마도 여러해동안 이곳에 방문했을 법한 익숙한 그들의 움직임과 자유로움은 편리함과 형식에 찌든 우리를 이방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밀린 방학 숙제를 하듯, 그동안 하지못한 기도와 묵상, 성경읽기를 이렇게 저렇게 하자는 굳은 다짐으로 입성한 나, 첫 아침 말씀은 이곳에와서 또 다시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에 잡혀있어서는 안된다는 것. 그냥 이곳의 흐름대로 시간을 보내라는 말씀. 온몸의 독기를 빼고 예배의 자유로움을 회복한 시간.
자꾸만 분리하고 경계하며, 조바심에 사로잡힌 마음의 먼지를 조금 털어낸 느낌. 함께. 살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