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기술과 문명, 시스템과 자본이 아무리 넘쳐난다고 한 들, 생명 하나를 살리지 못한다면 그 물질들이 모두 무슨 소용일까? 이런 재난에서늘 그래왔듯, 꼬리에 꼬리를 무는 원인의 미로찾기와 견고해 보였던 그 성이 사실 모래성이었음을 보여주는 관료들의 행태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있는 우리조차도 일년 내내 안보던 한국 뉴스를 눈 뜰때부터 감을 때까지 찾아보며 울고, 이렇게 피상적이고 간접적인 감정조차도 주체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그 가족들, 친구들은...그들의 슬픔은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다.
고난주간 내내 질문했다. 아마 하나님께도 아니고, 그냥 허공에 대고..왜 저들은 죽고 우리는 살아있냐고. 왜 책임을 물을만한 자들은 늘 살아서 떳떳하며 게다가 힘이 있기까지 하냐고. 왜 나는 살아있는거냐고. 머리속이 뒤죽박죽이고 속이 울렁거렸다.
이런 나의 질문에 대해 그 분도 눈시울을 붉혔다. 살아서 생명이 있는 자들이 해야 할 일은 생명이 없는 곳에 생명을 나누는 일이라 말했다. 예수님의 부활이 그런것이 아니겠느냐고 하지만 자신도 아직 이 일을 감당할 수 없노라 했다.
박종철과 함께 살았던 그분은 2014년의 프랑스에서 1980년대의 한국을 기억하고있었다. 자신의 세대가 가해자라 말했다. 사회로부터 많은 수혜를 받았고, 대학 4학년 때는 졸업을 하기도 전에 회사에서 앞다투어 장학금을 줘가며 학생들을 유치해갔고, 사회가 발전하는 속도만큼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누렸노라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세대는 그들이 받은 것에 대해 환원하고 나누는 법을 배우지는 못했다고도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소유가 정당하게 얻은 자신의 것이니 그와 그 가족들만이 누릴 권리가 있는 것이라 말했을 뿐이다. 그리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너희도 우리처럼 되려면, 경쟁하고 획득해내면 된다 쉽게 말할 뿐이다.
인간의 생명이 가장 가치없어진 이 시대에서 인간에 대해 말하고 생각하고 연구하는 학문이 무슨 소용일까. 어떤 생명으로 살아가야할까 나는 아직 모르겠다. 미안함을 덜기위한 어떠한 애도도 감히, 차마 나는 못하겠다.
그 모든 일에 원인과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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